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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열어 놓은 창문으로 맑은 바람 한 점 들어온다. 고개를 내밀어본다. 어느 해보다 파란 하늘이 살랑거리는 코스모스를 만나기에 너무도 좋은 날이라고 유혹한다. 길가에 활짝 핀 코스모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릴 적 친구와 함께 불렀던 코스모스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나섰다.

도심을 벗어나니 누렇게 익은 들판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멋진 영화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길가에 활짝 핀 꽃들이 방긋방긋 웃는 모습도 예쁘다. 사진을 찍는 곳이란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탄성이 나왔다. 생각지 못한 환대를 받은 느낌이랄까. 어여쁜 코스모스들이 다양한 포즈로 웃고 있는 넓은 꽃밭에 감탄사가 연발한다. 그냥 가슴에 담기엔 아쉬워 쉴 새 없이 찰칵찰칵 셔터를 눌렀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한 사람들도 코스모스와 포즈를 취한다. 어느 누군가의 수고스러움이 사람들을 웃게 하고 흡족하게 한다. 가을이면 가덕면 상대리에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가을의 넉넉함과 여유를 맛볼 수 있다. 지인이 카톡에 올려 준 사진 속 길을 찾아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오랜 기간 불이 꺼졌던 공연장에 환하게 불이 켜진 날 느꼈던 벅참이 밀려왔다.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인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안타까움이다. 준비한 공연을 선보일 날을 며칠 앞두고 관객을 만나기를 포기해야 하는 날들이 언제까지 지속돼야 할까. 설날과 추석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 시민들을 예술의전당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이번 추석에는 영상을 통해 시립무용단 공연을 선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면서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작품을 준비한 덕으로, 주어진 짧은 기간 동안에 비대면이라도 공연을 펼쳐서 동영상으로나마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었다. 다른 시립예술단체도 마찬가지겠지만 작품을 온몸으로 표현하여 예술로 승화하는 시립무용단은 지하에 위치한 연습실에서도 언제나 밝은 미소와 함께 긍정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청주예술제 기간 동안 예술의전당을 찾은 예술인들의 얼굴에서도 공연을 펼치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음을 감사해하며 하루빨리 맘 놓고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기를 바라는 열망과 함께 충만한 삶의 에너지를 느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을 정화淨化시킬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예술의전당이 아닐까. 그곳 지하에서는 사시사철 계절에 맞는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 여름엔 패랭이와 접시꽃도 피우고 가을엔 국화와 해바라기 겨울엔 수선화와 동백꽃도 피우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음악이 흐르고 예술인의 혼을 느낄 수 있는 공연장. 사람들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공간. 어느 순간 어느 계절에만 느끼는 환희歡喜가 아니라 사계절 내내 사람들의 삶을 기쁘게 하고 살찌우는 곳. 사람들이 기쁠 때는 예술의전당 광장에 와서 춤도 추고, 힘들고 괴롭고 우울한 날엔 공연과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마음을 달래는 에너지가 넘치는 예술의전당. "그곳에 가면 볼거리가 있고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어"라는 믿음을 주는 공간이기를 바라본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 그 뒤에는 예술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없이 거름을 만들고 토양을 가꾸고 꽃을 피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음으로 가능한 일 이리라. 목마른 시민들의 입술을 촉촉이 적셔주고 식지 않는 삶의 열정으로 행복이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드넓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예술이란 샘이 멈추지 않게 예술의전당 문이 활짝 열리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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