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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청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수필가

따스한 햇살이 살결을 만지듯 감미롭게 퍼지는 목소리가 가슴을 어루만진다. 조금은 서늘한 공기가 맴돌던 소공원은 이불솜처럼 포근하다. 잠자리채 들고 뛰어놀던 아이의 볼도 가을 단풍처럼 물들어 간다. 손뼉을 치며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로 피어난 듯 방긋방긋 살랑이고 있다. 청주시립합창단의 소 확 행 콘서트가 만들어내는 두꺼비 생태공원의 풍경이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앉아있는 어린아이부터, 그 옛날 부르던 노래에 장단을 맞추는 머리 희끗희끗한 노부부의 모습. 함께 호흡하며 즐기는 공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넉넉하기만 하다. 여름 내내 푸르렀던 나뭇잎이 물들어 가듯이 사람들의 얼굴엔 화색이 돋는다.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음악에 취해가고 있다. 살며시 눈을 감고 가을을 음미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냥 행복해 보인다.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나뭇잎도 음률을 탄다. 자연과 사람이 행복해하는 이 공간이 천국이 아닐까.

공연장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집 주변의 공원을 거닐다가 만나는 작은 음악회가 주는 감동. 비싸고 맛 좋은 음식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을 때보다도 더 큰 행복감이 밀려온다. 막힌 공간이 아닌, 확 트인 공간에서 느끼는 해방감이 더 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걸까. 아니면 클래식 공연장에 들어설 때처럼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옷차림이 주는 여유로움일까. 마음껏 자연스럽게 흥을 발산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자연 속에서 느끼는 리듬에 몸을 맡기니 머리를 복잡하게만 했던 일들도 사라진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걸까. 삶이란 것이 짜인 계획표대로 순탄하게 이어져 나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세상일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만큼은 알만한 나이가 되어보니. 삶에도 굴곡진 높낮이가 있으니 더 흥미진진하고. 보이지 않는 그 길을 계속 가고 싶은 호기심도 갖게 되는 듯하다. 드넓은 탄탄대로의 앞이 훤히 보이는 탁 트인 길을 걸어가다 보면 지루하고 금방 지칠 수 있으니. 꼬불꼬불 꼬부랑길도 걷고 울퉁불퉁 올라갔다 내려갔다 보이지 않는 험난한 길을 걸어보는 것도 삶의 묘미가 아닐까. 오선지에 그려지는 음이 한 음으로만 연결된다면 어떤 맛으로 전해질까. 음들이 오선지에서 음계를 넘나들며 하모니를 이룰 때 다양한 맛과 감동을 주는 것이리라. 맑고 깨끗한 파란 가을 하늘이 너무도 좋은 것은 그렇지 못했던 하늘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언제나 상 반대 적인 그 무엇이 존재하니 더 큰 감동과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슬픔, 아픔을 슬기롭게 이겨낸다면 기쁨도 행복도 찾아오겠지. 어쩌면 살아오면서 눈에 확 뜨이는 커다란 행복만을 찾으려 했던 건 아닐는지. 가랑비에 젖듯이 소소하게 찾아오는 행복은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다. 가을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흔들리는 나뭇잎에 내 몸도 흔들어 보며. 길가에 피어있는 들국화와 코스모스를 보고 소꿉친구도 떠올려 보며. 소소하게 느껴지는 작은 행복으로 웃어 본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전해주는 음악회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평안함을 찾는다.

시간의 흐름 속에 가을이라는 계절이 지나고 겨울, 봄, 여름이 찾아오겠지. 이 또한 얼마나 선택받은 땅인가를 잊고 살아왔다.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도 시간의 물결 속에 함께 흘러가며 과거, 현재, 미래가 되겠지. 지나간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고. 살아 있는 이 순간은 뜨거운 가슴으로 숨 쉬고. 다가오는 미래는 설렘으로 맞이하길 소망해본다.

합창단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가을바람을 타고 울려 퍼진다. 내 맘속 깊이 가을이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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