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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깃발들이 힘차게 펄럭인다. 며칠간 내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같은 높이로 서 있어야 할 게양대가 어느 한쪽이 낮아 보였다. 많은 날들을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있었을 텐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지나갔을 텐데. 왜 그냥 두었을까. 이상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생각에 동료에게 넌지시 얘기를 꺼냈다. 내 눈에는 저 게양대 높이가 다르게 보이는데 동료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했다. 동료는 아무렇지도 않게 크게 웃으면서 내 팔을 잡고 게양대 정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바라본 게양대는 높이가 똑같았다. 옆에서 바라본 게양대는 어느 한쪽이 높아 보였지만 정면에서 바라보니 같게 보였다.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직접 사물을 보고 느끼는 눈도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잊고 살았다. 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왜곡된 눈으로 그릇된 판단을 하고 오해를 하며 살아왔을까. 진실을 외면하고 나 편한 대로 사물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대하고 살아왔다는 생각에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축축하게 흐르는 듯했다.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앞에 놓인 사물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눈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사물을 바라볼 때 나처럼 그릇된 각도에서 바라보고 옳지 않다고 한다거나. 선입견을 갖고 그릇된 판단을 한다면 소통은 결코 쉽지 않으리라. 편견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오판을 한다면 접점을 찾지 못하고 끝끝내 평행선만 그리다 말 것이다. 어떤 편견도 없이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볼 때 서로의 의견도 존중하며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때 사회의 발전도 가져오리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끼리만 살아간다면 사회의 변화와 발전 속도는 무척 더딜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서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그러다 보면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까지 늘 해오던 습성대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어떤 제도가 바뀐다든지 새로운 환경에 접하면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는데, 왜, 또 무엇 때문에 바꾸려고 해"라는 말들로 변화를 거부한다. 지구가 태양을 돌듯이 사회도 멈춰 서 있으면 안 되고 계속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지금 당장은 번거롭더라도 새로운 것이 옳고 타당하다면 바꿔나가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가끔 언론을 통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일로 사람들에게 눈총을 받는 일을 접하곤 한다. 물론 좋은 일이라면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잘못된 관행이기에 질타를 받곤 한다.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아야 함에도 그 이해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릇된 관행을 그대로 두고 바라봐야 할까?

코로나 19로 온 세상이 우울한 요즘. 딸깍딸깍 잘 맞물려 돌아가던 시계 침이 고장이나 컴컴한 어느 한순간에 멈춘 듯하다. 마음 놓고 숨을 쉴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으로 다양하다. 지금 이 어려운 순간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사재기하여 부를 축적하려는 사람도 있고. 돌봄의 손길이 부족한 곳으로 의료봉사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 그건 나의 몫일 것이다.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시선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세상을 바랄 볼 때. 오늘 같이 어려운 상황을 하루라도 더 빨리 종지부를 찍을 수 있으리라. 모두가 살아가기 힘든 지금.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이겨내어, 서로 활짝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마주할 수 있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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