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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얌전히 물이 끓던 냄비가 덜그럭 소리를 내며 시끄럽다. 꼬르륵거리던 배꼽시계는 와글와글 덜그럭 거리는 바지락 소리에 기세가 눌렸는지 조용히 시곗바늘을 멈춘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기포를 뿜어대는 물총 세례에 놀란 듯. 바지락은 꼭 다문 입을 벌리며 항복을 부르짖는 듯하다.

펄펄 끓는 바지락 육수에 칼국수를 넣는다. 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지구본을 한 바퀴 돌려본다. 냄비 안의 시끄러운 바지락 소리처럼 코로나 19가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들끓고 있을 때. 비아냥거리고 손가락질하던 나라들을 하나 둘 세어 본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것. 쉽게 결정하고 행동에 옮길 수 없는 일이지만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전장에 나가는 살신성인의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내가 지금 이 순간에도 편하게 살아 숨 쉬고 있지 않은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감싸고 땀범벅이 된 모습으로 자신의 수고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응당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겸허함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자원봉사자의 얼굴이 나를 숙연하게 한다.

사방에 꽃향기 가득하고 파릇파릇 연두색 새순이 올라와 대자연은 싱그러움을 더해가고 있다.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해 발버둥 치고 있는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전과 변함없이 피어난 꽃들이 조금은 야속하기도 하다.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관심도 없이 무심히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지금이라는 시점도, 기억 속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겠지. 서로 얼굴 마주 보고 맘껏 이야기하고 숨 쉴 수 없는 이 순간 또한 아무 탈 없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어려움에 처할 때 동분서주하는 사람들. 기꺼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 만한 사회라고 여기며 뽀얀 살을 드러낸 바지락 칼국수를 그릇에 담는다.

갯벌에 있었다면 짭조름한 바닷물도 한 모금 머금고 모래펄에서 숨바꼭질하고 놀고 있었을 텐데. 입안에서 탱글탱글한 바지락 살이 바다의 향긋한 냄새를 풍기니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언급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뎠을 때, 무임승차한 바이러스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 90퍼센트가 사망했다"라는 내용이 머리를 무겁게 한다. 정복하고자 하는 자와 정복당하는 자간에 일어난 사건이다. 불과 500여 년 전의 일이다. 외부인에 의한 질병 바이러스의 전파가 원주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자연 생태계. 먹이사슬에 의한 질서가 존재하는 세상. 먹고 먹히고 살아가는 것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라는 별의 생존법칙이라면. 그 질서를 존중해줘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명을 늦추기 위하여, 편안한 삶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는지. 영원한 삶을 살 수 없음에도 영원히 살 것처럼 환경을 파괴하고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의 기회를 가져봄도 마땅치 않겠는가.

입 맛 잃은 혀의 감각을 일깨우고 있는 칼국수. 목 젓을 타고 내려가는 시원한 국물이 몸 구석구석을 뜨겁게 달굴수록. 갯벌이 아닌 냄비 속에서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바지락 껍데기들. 둥근 별, 지구라는 공간에 갇혀서 코로나19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 그리고 우리. 그런 우리에게 손가락질하던 세계의 이웃들.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방관하던 나라들. 어쩌면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서로를 보듬어 주지 못하는 이기심이 부른 재앙이 아닐까. 서로 비난하고 흉보고 깎아내리던 코로나19 초기 사태처럼 대응한다면.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한 명도 없지 않을까. 펄펄 끓는 물속에서 항복하고 입을 벌린 바지락처럼. 우리 모두, 바이러스에게 손을 들고 삶을 포기할 수도 있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코로나19로 들끓고 있는 지구가 냄비 속에서 끓고 있는 바지락 신세 같다.

지금 이 순간도 늦지는 않았으리라. 모두가 한 마음으로 바이러스 코로나 19와 맞선다면. 대한민국 코리아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한 뼘 더 높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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