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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청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수필가

 삼 년 전에 맛있게 잘 익었다고 선물로 건네준 매실청을 냉장고에 보물처럼 보관해 두었다. 나물을 무친다거나 음식을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속이 더부룩할 땐 따듯하게 차로 마시기도 한다. 오늘같이 무더운 날이면 시원하게 얼음도 동동 띄워 마시곤 한다.

 올해는 지인의 밭에서 푸릇푸릇 색깔도 고운 청매실을 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무에 매달려 수확을 돕는 일은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의 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더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했다. 거기다가 내가 딴 매실을 덤으로 얻는 횡재도 얻었다. 집에서 매실청을 직접 담갔다는 지인들을 보면 '나는 언제 그런 걸 해보나'라고 생각만 하며 부러워했었다. 어쩌면 그만큼 삶의 여유를 맛보고 싶다는 반증은 아니었을까. 매실을 담그며,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대한 갈증을 풀어볼 생각으로 가슴은 설렜다. 인터넷 검색으로 고수들이 전하는 노하우대로 한 보따리 얻어 온 매실을 깨끗이 씻고 밤새 말렸다. 사용되는 설탕의 분량이 매실과 같은 양이라 '이렇게 많은 설탕을 부어도 몸에 좋은 걸까?'라는 의구심이 슬며시 고개를 들며 처음 해보는 일이라 긴장까지 됐다.

 새벽이 돼서야 보송보송 마른 매실을 통에 담고 설탕을 부었다. 아무리 맛 좋은 비법이라 하지만 설탕의 양이 마음에 계속 걸렸다. '조금 덜 맛있어도 괜찮아'라고 혼자 되뇌며 설탕을 두 움큼 적게 넣은 후, 베란다 서늘한 곳에 자리를 잡아 놓았다. 하루하루 매일 인사하며 상태를 관찰했는데 어느 날 통에서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잘못했구나. 설탕을 동량으로 넣었어야 했는데'라는 자책을 해본다. 경험자의 노하우를 믿고 따랐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처음부터 다시 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막막했다. 더군다나 인터넷을 다시 샅샅이 뒤져보니 매실, 복숭아, 살구, 체리 등의 씨 속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독소가 있단다. 선조들이 매실청을 담글 때 씨를 제거한 지혜와 함께 설명돼 있다. 씨앗을 빼고 담지 않았으니 큰일이라는 생각에 자세히 살펴보니 담근 후, 세 달이 지나면 독소가 사라진단다. 몸에 좋다고 섣불리 먹다 보면 오히려 몸에 독이 될 수도 있는데, 진득하게 기다리면 독까지 사라진다니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다.

 매실청을 담그며 '매실진액, 매실청, 매실발효액' 등 다양한 표현들로 혼란스러웠다. '발효 식품은 젖산균이나 효모와 같은 미생물의 발효 작용을 이용해 만든 식품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 술, 빵, 식초, 치즈, 버터, 요구르트, 김치, 젓갈'이라고 나와 있다. 아무리 찾아봐도 매실은 발효식품에 들어있지 않다. 그런데 매실청이라고 검색을 해보면 '매실을 설탕에 재워 발효시켜 만든 즙'이라고도 나와 있다. 과학을 전공한 다른 이는 매실진액은 설탕의 삼투압 현상이라고 말한다. 새삼스레 다시 느끼는 것은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은 말 그대로 정보 바다라는 생각이다.

 정보가 옳은지 그른지. 여과 없이 제공되는 문제점은 큰 숙제가 아닐는지. 거르지 않고 올라 온 그릇된 정보는 나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옳고 그름을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까.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도 양면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 정확한 자료, 생활의 보탬이 되는 유익한 정보 등을 제공하는 반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릇된 정보로 사회를 혼란시키는 내용도 팽배한 사회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소통의 매체이지만 나에게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 옳은지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런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삶의 연륜이 독소를 제거하고 효능 좋은 약을 선택할 수 있는 혜안(慧眼)을 선사해주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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