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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오랜만의 나들이다. 조금은 따갑게 느껴지는 햇볕은 설레는 누군가에게 윙크를 하듯 눈을 찡그리게 한다. 어떤 향연이 펼쳐질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녹음이 우거진 아파트 숲속에 차려진 무대 주변에 옹기종기 자리를 잡는다. 바로 베란다 콘서트가 있는 날이다.

고층의 아파트로 둘러싸인 공간에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힘찬 박수로 화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마치 오랜 기다림의 고요함 속에서 아기가 세상에 첫 울음소리를 내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순간의 느낌이랄까. 베란다 콘서트답게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생생하게 전달되는 노래가 모두의 마음을 치유한 듯. 지금 이 순간만큼은 평화롭게 느껴진다.

공연을 보러 나온 주민들을 위해 발열체크를 하고 질서유지를 하며 안내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과 입주자 대표회의 사람들도 마스크 밖으로 눈웃음을 보낸다.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베란다 콘서트라고 쓰여 있는 스티커가 붙은 작은 선물도 나눠준다. 그 스티커에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문구도 적혀있다. 주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흩어져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여유롭기만 하다. 밀폐된 공간인 지정좌석제의 공연장은 아니지만 그 자유로움에도 질서가 유지되고 고품격 관람 매너도 있다. 청주시립합창단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힘찬 박수와 환호가 이어진다.

어떤 일을 시도할 때 걱정부터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걱정이 앞서서 아예 일을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넘어지기도 하고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 어려움과 실수를 적게 하려면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여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으리라. 가장 큰 문제는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이지 않을까. 이런 문제를 설명할 때면 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여 첫걸음을 내딛는 과정을 예로 들곤 한다. 인류의 역사도 더 나은 삶을 영위하려는 변화의 욕구에서 발전해 왔으리라. 구석기시대부터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시대까지 살아온 인류.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세계인 별나라를 여행할 우주시대의 인류. 지금 이 순간도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어느 행성을 탐험하려는 사람들의 도전은 지속되고 있으리라.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향한 항해를 하다 보면 험난한 파도도 만나고 어려운 고비를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려운 환경을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리라.

코로나 19로 인하여 아직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고 지쳐가고 있다. 내가 가고 싶으면 어디든 가고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든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도 지나고 나면 내 삶의 한 조각 추억이 돼 듯. 이 또한 그렇지 않을까.

시립합창단이 부르는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라는 노랫소리가 베란다를 통해 집집마다 노크를 하고 공간을 가득 메운다. 어려운 시기 마음을 위로해 주는 노래를 선사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투혼 하는 시립합창단이 입주민인 관객에게는 행복을 주는 그대요. 노래를 들어주는 관객인 주민들이 합창단에게는 행복을 주는 그대이리라. 입주민을 위해 기꺼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공연을 유치한 사람들이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인 그대일 것이다. 나는 누구의 그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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