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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때 이른 무더위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 주말이다. TV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던 중 미래에 시점을 둔 영화 스토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임신 기능을 상실한 종말의 시대를 그려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이다. 1992년 영국 작가 P.D. 제임스가 쓴 소설(The Children of Men)을 2006년 제작한 영화로 시대적 배경은 2027년이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곧 도래할 시대가 아닌가! 아기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었던가. 아기 울음을 들을 수 없는 시대라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가만히 나를 생각해본다. 소위 X세대라고 표현하는 시대를 살아온 나이지만, 혼기를 놓칠까 걱정하는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을 서둘렀다. 젊음을 내 마음대로 자유로이 살고 싶었으나,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돼야 하고, 대(代)를 빨리 이어야지"라는 어머니의 명(命)을 받고 살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결혼 적령기"라는 말의 의미가 퇴색해 가고 있음을 젊은이들을 보며 느낀다. 결혼을 꼭 해야만 하는 건가· 결혼을 하면 반드시 아기를 낳아야 하는가·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 다름을 인정해야만 하지 않을까.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내가 부모님에게 배운 삶의 방식을, 나와 다른 시대에 태어나 자라온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수하면 뭐라 반응할까.

며칠 전 친구가 직장생활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해왔다.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보니 육아시간을 사용하는 직원 때문에 고민이란다. 직원이 9시에 출근하고 4시에 퇴근하다 보니 업무가 빨리빨리 진척이 안 된단다.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할 일은 많고 일은 계속 쌓여만 가니 답답하단다. 그렇다고 직원이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할 수도 없지 않은가.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발을 동동 굴렀었나. 아이를 맡길 때가 없어 안절부절못했던 일. 일이 늦게 끝나는 날엔 아이 혼자 어린이집에 있게 했던 일. 학교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친구의 하소연에 쉽게 동조할 수 없음을 어찌해야 할까. 직원이 마땅히 누릴 권리를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찌 보면 권리가 있어도 윗세대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우리 세대와는 다름이 있을 뿐인데. 두 달의 출산휴가를 당당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한 달 만에 출근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그런 행동을 잘했다고 박수 칠 젊은 세대가 있을까· 누려야 할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나를 측은지심 할지도 모른다. 아이 양육을 위해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젊은 직원을 탓할 것이 아니라 마음 놓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직장환경과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 더 큰 문제는 다양한 복지 혜택을 내놔도 아기를 낳지 않는 젊은 층이 점점 증가하고 있음이 아닐까· "나만 행복하면 되지"라는 지극히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가는 세대가 아니던가. 나만해도 내 아이들에게 "남 눈치 보지 말고 할 말은 하며 당당하게 살아"라고 가르치지 않았나. 직장에 몸담고 있는 이상 내게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하고 직장에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의무 사이에서 분수에 맞게 처신해야 함이 그만큼 어렵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좋은 출산과 육아제도를 만들었어도 그림의 떡처럼 먹을 수 없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출산이라는 인류의 과제를 푸는데 앞장설까·

앞으로 10년도 채 남지 않은 2027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처럼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온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먼 훗날 사람이 없는 지구를 상상해보라. 오늘도 고군분투 육아를 위해 권리와 의무 사이를 오가는 직장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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