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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팀장·수필가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만원 버스에 흔들흔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소확행을 주제로 한 영화의 장면들처럼 평화롭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고 난 후의 여유로움이 졸음을 몰고 온다. 스르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작스러운 굉음에 손잡이를 꽉 움켜잡는다. 온 힘이 몰린 손을 바라보니 손가시들이 보인다. 매끄러운 다른 손가락들과는 달리, 가시가 올라온 손가락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아주 작은 것들이, 만지작만지작 거릴 때마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은 것처럼 자꾸 신경을 거스르게 한다. 이럴 땐 얼른 손톱깎이로 정리하면 좋으련만, 참을성이 없어 그냥 손톱을 세워 손가시를 뽑아본다. 살점이 벗겨진 손가락은 고얀 성급함을 탓하기라도 하듯, 이내 발갛게 부어오른다.

하루 종일 온몸의 말초신경이 손가락에 몰려있다.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화끈거리며 욱신욱신 통증이 심해진다. 며칠이 지나도 손가락은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화가 잔뜩 난 사람의 얼굴처럼 퉁퉁 부어올라 쌩쌩 거리고 있다. 사소한 작은 것이 오래도록 아픔과 고통을 주며 괴롭히고 있다. 손거스러미로 애를 먹으면서, 생활 속에서 행해지는 나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는지 기억을 더듬어 본다.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들. "왜 그것밖에 못해", "누군 시험에 붙었다더라", "맨날 똑같아, 나아지는 게 없어" 칭찬보다는 잘못을 탓하는 말들만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래, 잘 했어", "노력한 보람이 있네", "너라서 그렇게 잘할 수 있었어"등 긍정의 말들을 전하고 있었는지. 살면서 내뱉고 있는 말들이 해피 바이러스가 아닌, 가시가 되어 심장에 콕 박히게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도 해본다.

오래전 사소한 말 한마디로 직장동료와 얼굴을 붉힌 일이 있었다. 대화를 나누다 상충된 의견으로, 화를 누르지 못하고 큰 소리를 냈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손거스러미로 얻은 통증은 십여 일이면 아물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상처가 되어 평생 고통을 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상대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면. 상대에게 독(毒)이 될 말들은 싹둑 잘라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까지 묵직한 돌이 되어 내 가슴을 누르고 있는 불편함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방도 생각 없이 내뱉은 나의 말들로, 몇 해가 흐른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는 아픔을 겪고 있는 건 아닌지. 그때의 일이 손거스러미처럼 자꾸 신경 쓰이게 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만나서 쿨하게 "그때는 미안했어요."라고 말을 전하고 싶은데. 그런 용기조차도 없는 나를 질책해 본다. 공직을 마감하며 후배 직원들에게 고(告)하는 편지를 읽다 보면 어김없이 눈에 띄는 글들이 있다. "행여 나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은 분들은 너그러이 용서하고 이해해 달라"는 인생선배의 마음을 담은 글. 지극히 상투적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진정한 용기가 담겨 있는 말에 숙연함이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받았을 상처까지 걱정하며 용서를 구하는 솔직함과 진정성이 묻어 있지 않는가· 나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음을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있는 비겁한 나 자신과는 달리, 용기를 내어 말하는 선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살아가면서 내 마음과 같지 않다고. 나와 같기를 바라며 괜한 설레발치는 일은 없애야겠다. 일란성쌍둥이도 하나의 사물을 볼 때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견해의 차이가 있음을 왜 인정 못하고 화를 냈었는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의미를 담아 신중하게 접근할 때, 소소한 행복도 누릴 수 있겠지? 아침 버스에서 뜯어낸 손거스러미가 누렇게 곪아 있다. 오늘은 용기를 내서 "그때 그 일은 미안했어요."라고 오래도록 묻어두었던 내 마음을 그분께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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