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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팀장·수필가

제법 굵은 나뭇가지가 길가에 떨어져 있다. 며칠 동안 퍼부은 비바람에 잘렸는가 보다. 신록의 계절에 쭉쭉 자라지 못하고 땅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 가엽기만 하다. 처량하게 누워있는 나무의 빛깔과 생김새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려준다. 방학이면 교실 난로 땔감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오른 적이 있었다. 솔방울을 줍기도 하고 산등성이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운 좋게 고즈배기를 발견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면 꼭! 꼭! 숨겨놓은 보물이라도 찾은 양 무척 좋아했었다. 깊숙이 묻혀있던 기억들이 한 조각 한 조각 퍼즐처럼 맞춰지며 향수를 불러온다.

오래도록 잊고 살았던 고즈배기라는 단어가 입안에 맴도는 동안 미동산 수목원에서 만났던 규화목이 선하게 다가온다. 규화목을 처음 대했을 때, 그 단단함과 엄청난 무게로 나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무나 사람이나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는 줄만 알았는데 나의 무지이었나 보다. 이렇게 또 다른 모습으로 영원불멸의 돌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잘린 채 거리에 나뒹구는 나무와 전시실 한편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규화목. 같은 죽음을 맞이했건만 너무도 다른 모습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규화목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규화목은 나무가 진흙이 많은 갯벌, 습지나 화산재, 모래 등에 빠르게 묻히면서, 세포 속에 있던 성분은 녹아 다 빠져나가고 지하에 용해되어 있던 광물질이 세포 하나하나에 흡수되어 단단한 광석으로 변화한다"라고 알려주고 있다. 어떤 광물질이 침투하느냐에 따라 색깔도 검정, 초록, 노랑, 분홍, 파랑 등 다양하지만 줄기 조직, 구조, 나이테 등의 형태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규화목은 평균 약 1억 년 전, 중생대인 2억 6,500만 년 사이에 만들어진 게 대부분이란다. 죽은 후에 새 생명을 갖고 태어난 규화목은 내게는 큰 놀라움이었다. 나무나 사람이나 생화학적 작용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으로만 알고 살았으니.

나무의 세계뿐 아니라 생명체가 있는 모든 삶은 참으로 다양한 듯하다. 사람도 마찬가지 이리라. 소리 없이 살다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악으로 평판이 높은 사람, 용감 무상 의리 있는 사람, 명석하고 지혜로운 사람 등. 하드웨어의 기능은 같은데 어떤 소프트웨어를 우리 마음, 심보에 넣고 살아가느냐가 우리 삶의 지표를 만드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회자되고 있는 수많은 선과 악의 대표성을 띠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세포 속 물질을 다 내보내고 영원불멸의 삶을 사는 규화목과 같은 삶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삶이 아니리라. 타인을 배려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베풀며 고요히 평생을 살아가며 쌓아 올린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낸 흔적들이리라. 그 흔적들이 사람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대대손손 이어지는 게 아니겠는가!

그저 하루하루를 만족하며 편안함과 행복을 추구하는 하루살이 삶. 어쩌면 요즘 내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을 해본다. 구불구불 험난한 길을 피해 반듯하게 뚫린 지름길만을 걸으려는 나약함. 세찬 비바람을 만나면 몸을 웅크리고 먼저 안식처로 피하려고 하는 기회주의자. 돌이 된 나무를 떠올리며 나 자신을 반성하고 채찍 한다. 다시 고삐를 잡아당겨야지. 황량한 들판에서도 거친 풍랑 속에서도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지 다짐해본다. 요즈음 사람들은 너도나도 살기 힘든 세상이라 말한다. 어렵고 힘들수록 삶의 목적을 뚜렷하게 정하고 인생을 항해해 나갈 때, 주변의 유혹에 흔들림 없이 전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선(善)과 악(惡), 미(美)와 추(醜) 어떤 삶으로 살아갈 것인지 미동산 수목원 규화목이 내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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