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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는 끝도 보이지 않는 암막이 지구를 뒤덮고 있다. 언제 그 암막을 걷고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을까. 요즈음 가끔의 두통과 함께 눈물이 고이며 눈가를 짓무르게 하는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 우울한 기분이 오늘따라 더 눈을 침침하게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소나무를 바라본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늘 그 자리에서 푸름을 뽐내고 있다.

나도 그랬었다. 젊음이 마냥 그대로 일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은 늘 이십 대이고 싶음을 느낀다. 어쩌면 내 몸이 그렇지 않음을 강하게 긍정하면서 말이다. 어디까지나 마음만 이십 대임을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더 실감을 한다. 지난번 고무나무 분갈이를 하면서 다독였던 마음이 아직도 정리가 덜 된 듯 아려온다. 제대로 두 다리 쭉 펴지 못하고 살아가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련가. 어미 곁을 떠나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본다. 여름철 소낙비를 흠뻑 맞고 나면 내 곁에서 멀어질 아이들 걱정이 두 눈을 더 아프게 하나보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두 손을 뻗어 머리맡에 놓인 안경을 찾는다. 희뿌옇게 보이는 눈을 비비며 혹여나 중병이 걸린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좋은 일을 앞둔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고 두 눈에 안경을 씌운다. 그래도 여전히 앞이 희미하다.

이제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안경도 벗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몇몇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안경을 벗고 나니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했다. 모두가 너무 좋다는 반응이다. 침침했던 증상도 없이 맑고 밝게 보인다니 나도 안경을 벗고 싶었다. 과학의 발달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받을 기회가 내게 찾아오다니. 어쩌면 다행이지만 또 한편으론 서글퍼진다. 이렇게 늙어 가는구나. 초등학교 시절 처음 안경을 썼을 때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어슴푸레하다. 안경잡이라고 놀려대던 친구들 모습을 떠올리며 이제는 공상과학에서 만나던 인조인간 로봇이 돼가고 있는 건 아닌지를 상상하며 어린 시절 마징가처럼 아톰처럼 소머즈처럼 포즈를 잡아본다. 얼마나 우스운 상상인가. 얼마 전 이슈가 된 사람과 똑같은 AI 광고 모델을 보면서 언젠가 로봇과 대화하며 살아갈 날도 이제 머지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벌써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었다는 생각이다. 음성을 인식하는 전자제품도 그렇고 혼자 알아서 척척 청소하는 청소 로봇도 그렇고. 과학의 발달이 갖고 오는 유익함은 끝이 없지만 이러다가 나도 로봇이 되어 가는 건 아닌지 살짝 겁도 난다.

변화하는 세상을 거부하듯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변화에 발맞춰 살아가야 함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어떤 삶이 행복한지는 각자의 판단이겠지만 말이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일본이 행정 디지털화를 위한 부처 내 팩스 폐지 방침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다. 컴퓨터로 일처리를 하는 우리나라의 행정전산화를 보면서 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시대적 사건을 떠올려본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읽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가져오는지. 코로나 사태로 바라본 한국과 일본은 어떠한지. 우리는 매일매일 자료가 새롭게 나오는데 일본은 팩스 문화로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창구는 과학 문명의 산물인 전자기기를 얼마나 잘 다루는 가에 의해 결정된다. 아직도 그 변화에 익숙지 못한 나를 새롭게 무장해야겠다. 병원을 찾은 나에게도 새로운 문명이 들어왔다. 무서움과 두려움을 극복한 후 얻어진 소중한 선물이다. 아른아른 거리든 사물들이 또렷하게 두 눈에 들어온다. 내 눈의 변화로 세상을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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