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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청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수필가

연신 "카톡 카톡"부르는 소리. 가는 해를 붙잡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는 것일까. 바지런한 사람들의 손놀림이 그려진다. 바짝 다가오는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무슨 연유인지 신이 나질 않는다. 마음속에서 알레르기가 일어난 것 같다. 더 이상 나이를 먹고 싶지 않은데, 먹기 싫은 나이를 왜 자꾸 먹으라는 것인지 내일이면 떠오를 찬란한 태양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는 다행인가, 청주는 해맞이를 할 수가 없다는 일기예보다.

곰곰 생각해본다. 아침 해가 뜨는 자리는 늘 그 자리. 단지 시각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왜 그리 해맞이에 열중할까· 열심히 달려온 일 년을 보내고, 또다시 시작하는 한 해의 계획과 희망이란 꿈을 날려보고 싶은 마음은 아닐까. 멀리까지 일출을 보러 간 친구에게서 경건하다 못해 황홀한 사진 한 장이 전송되어 왔다. 마음도 부자다. 친구들 모두의 복(福)을 기원한다는 글도 보내왔다. 새해 아침의 마음을 하루, 한 달, 일 년 내내 갖고 산다면 이 세상에서 불행이란 단어는 사라질 텐데. 내 마음이 요동을 친다. 왜 이리 회의적이지. 아무리 나이 한 살을 먹는다 해도 이 우울해지는 마음을 무엇으로 달랠까. 흥이 나질 않는다. 아침에 늘 그 자리에서 뜨는 해에 뜨겁게 반응했던 예전의 내 마음이 아니다. "이천이십"이라는 숫자가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한 거부반응 일까. 언제부터 숫자에 민감해진 걸까.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마음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아직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에 대한 책망은 아닌지. 분명 갑자기 일어난 과민반응은 아닐 텐데. 무엇으로 마음속에 일어난 붉은 반점을 치유할 수 있을까. 내 삶의 계획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은 그렇지 못했나 보다. 원인을 알아야 치유를 할 텐데.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떠오르는 한 장면. 삼십 년 이상을 한 직장에 몸담고 떠나는 퇴임식 장면. 용광로와 같던 청춘을 활활 불사르고 떠나가는 모습.

답을 찾은 듯하다. 그 모습이 내게 남긴 흔적이다. "청춘, 젊음"을 잃어가고 있는 나를 본 것이다. 이천이십이라는 숫자를 거부하는 내 마음을 알겠다. "이천이십"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의미. 나 또한 직장을 떠나야 할 그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는 내 마음이 나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나이는 먹고 몸은 뜻대로 되질 않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이팔청춘이라는 얘기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인생이모작"이라는 말. 수명이 길어지니 삶의 변화도 받아들여야 하겠지.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마음의 붉은 반점을 모두 걷어내고, 세상에 순응하자고 다짐을 해본다.

새해 아침에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은 볼 수 없었지만. 오늘도 내일도 언제든지 그 자리에 가면 태양은 늘 같은 모습으로 떠오르리라. 붉은 해가 내뱉는 기운으로 대지의 생명이 꿈틀대고 기지개를 켜듯. 내 마음속, 항상 그곳에서.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같은 희망을 담은 생각. 무더운 한 여름의 무럭무럭 자란 나무가 만들어주는 한 떨기 바람과 그늘을 닮은 배려하는 생각. 잘 자란 나무에서 맛나게 익어가는 튼실한 열매와 같은 완숙된 생각. 살아가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바뀌는 내 마음이 나와 다른 사람에게도 언제나 늘 같은 모습으로 보이게끔. 늘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새해 첫날. 10대가 아닌 20대. 19주년이 아닌 20주년.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게 다가오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지 않게. 모든 이들이 갈망하는 소원을 담은 마음도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한결같기를 기도한다. 늘 그 자리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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