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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독방에 갇힌 수인(囚人)처럼 책 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도 가끔씩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산수벽(山水癖)이 찾아든다. 불현듯 가을이 보고 싶어 불원천리 38선을 넘나들며 강원도의 이 산 저산을 돌아다녔다.

울울창창 전나무 숲길을 지나 '월정사 8각 9층 석탑'을 보고, 천년 옛길 '오대산 선재길'을 걸어 올라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의 종인 '상원사 동종'까지 만났다. 이로써 국보로 지정된 세 개의 동종(상원사 동종, 성덕대왕신종, 용주사 동종)을 늦게나마 다 보게 된 것이다.

예전에 청도 운문사에서 비구니가 치는 범종 소리를 듣고 가슴이 울컥한 적이 있었는데, 보호각에 갇혀 울지 않는 동종을 뒤로하고 절집을 나서려니, 산문(山門) 앞에 도로를 가로질러 걸려있던 커다란 안내판('오대산일대는 월정사 사유지입니다')이 떠오르고 연이어

연암 박지원의 글이 생각났다.

"금강산에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바위에 써 놓은 게 보였는데 큼지막한 글씨로 깊이들 새겨 놓아 작은 틈도 없었으니, 마치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어깨가 부딪는 것 같기도 하고 교외의 묘지에 빽빽이 들어선 무덤 같기도 했다."

해 지기 전 '비밀의 정원'에 도착하려고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의 인제로 서둘렀다.

"아침노을은 진사(辰砂)처럼 붉고, 저녁노을은 석류꽃처럼 붉다." 한 청장관 이덕무의 표현처럼, 저녁노을 아래 빛나는 천연의 정원은 정말 아름다웠다.

울산에서 인제까지 천 리를 넘게 달려온 부부가 새벽의 정원을 담아가려고 차박(車泊)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더니 두 내외의 인정이 남다르다.

우리는 인근 면 소재지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에 다시 오기로 했다. 원산이 고향인 할머니가 홀로 운영하는 여관에 짐을 풀고 나와 저녁도 먹고 밤길도 걸으니 학창 시절 수학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어스름 새벽에 도착했음에도 엊저녁부터 설치한 진사들의 삼각대가 빽빽해 우리같이 휴대폰을 든 사람은 얼씬하기도 어려웠다. 간신히 비집고 들어가 상고대가 눈처럼 내려앉은 몽환적인 '비밀의 정원'을 사진에 담았다. 자연 그대로여서 더욱 신비하고 군사지역 안에 있어 더더욱 비밀스러운 산속 정원은 요정들의 놀이터 같았다.

오지의 산 방태산 가는 길에, 이른 아침 트럭을 타고 훈련 나가는 군인들을 보니 가슴이 싸하다. 조선 후기 무관 백동수가, 길이 워낙 험해 송아지를 몰고 갈 수 없어 등에 업고 들어간 기린협(인제군 기린면) 계곡을, 우리는 세월의 골짜기를 따라 차를 몰고 올라갔다.

구중심처 안개 속에 드리웠던 방태산 이단폭포가 소리 내어 반긴다. 위쪽 폭포수는 베틀의 하얀 비단 같고 아래쪽 폭포수는 국수틀에서 나오는 백국수 같다. 햇살 받은 포말은 은쟁반에 떨어지는 옥구슬처럼 톡톡 튀어 오른다. 용소(龍沼)에는 벼랑의 단풍이 어리비치고, 떨어진 붉은 잎들은 미끄럼 타러 아래 폭포로 몰려간다. 아! 금강산 구룡폭포에 몸을 날렸던 화가 최북의 가슴도 이처럼 뛰었으리라.

네비 양의 안내에 따라 조침령(鳥寢嶺)을 넘어서 가기로 했다. 높고 험해 새가 하루에 넘지 못하고 잠을 자고 넘었다는 구절양장 고갯길이다.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새들이 힘들어 그랬을까? 새들도 보는 눈이 있고 머리가 있고 가슴이 있는데. 이 숨막히는 단풍 구경을 1박 2일로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천상의 화공이 산마루에다 쏟아부은 색색의 물감이 산등성이를 타고 산허리로 내려와 산굽이와 산모롱이를 돌고 산골짜기, 산기슭까지 줄줄 흘러내린다. "산을 보고 물을 보고 사람을 보고 세상을 보다(간산간수 간인간세·看山看水 看人看世)" 유학자 남명 조식이 지리산을 내려오면서 했던 말이다.

잎이 진다고 해서 가을을 원망하지 않는 나무들을 바라보다 가만히 나를 되돌아 보니(看我), 새가슴(겁 많고 도량 좁은)에 새대가리(아둔한)인 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 앞 차창에 뭔가 툭 하고 떨어진다.

'날아가던 새가 웃고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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