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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1501년생(16C)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1786년생(18C)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

1947년생(20C) 테스형 나훈아와 찐어른 윤여정.

내가 좋아하는 동갑내기 어른들은 공교롭게도 2세기를 주기로 오셨다.

74세의 윤여정씨가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저는 한국에서 온 윤여정입니다"와 첫 번째 감독 고 김기영에게 감사한다는 수상 소감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이번에야말로,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와 찌르레기처럼 그녀의 밥상에 숟가락 얹고 쩝쩝거리는 이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지인이 강추한 영월 망경산사 꽃 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겸사겸사하는 것이니 청령포와 김삿갓 묘역도 소요(消遙)할 것이다.

이번 제93회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도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길 위에서 안정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굽이굽이 6㎞ 산길을 돌고 또 도느라 머리도 어지럽고 속도 울렁거리더니, 해발 800m 산속에 펼쳐진 망경산사 아름다운 광경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왜소한 체구의 비구니 스님들이 우리의 온갖 꽃(나무)들로 장엄(莊嚴)한 도량을 둘러보니 감탄하고 감사할 따름밖에 없다. 백화만산(百花滿山)의 '들꽃 정원'이다.

바로 위에 있다는 만경사를 30분 걸어 올랐다.

"아이고, 스님들도 뻥치시나 봐요?"

"산에서는 마음이 넓어져서 그런거요. 하산하는 사람 중에 정상이 아직 멀었다고 하는 사람 봤소? 다왔다고, 얼마 안 남았다고 하지. 그리고 스님들은 채식하고 울력을 열심히 해서 몸이 가볍잖아요."

됐다는듯 눈을 흘기는 아내의 땀방울 미소 속에 600g의 바람이 느껴진다.

망경대산 높은 절벽에 자리잡아, 단종을 그리던 추익환의 마음처럼 붉은 노을이 장관인 사찰이다.

'아직은 때가 이르구나!'

마소의 워낭소리, 성당의 종소리, 에밀레종소리처럼 언제 들어도 좋은 풍경소리를 들으며 내려와 점심 공양을 했다. 담백한 산나물 비빔밥이 은은하게 입맛을 돋운다. 투명한 창살문이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어 두레상 앞으로 풍경이 펼쳐지니 자연과 내가 너나없이 하나 되어 맹그대로이다.

"차 한 잔 하시지요?"

산중 스님과의 차담(茶談)은 마음을 참 편하게 해준다. '마음이 고운 사람은 꽃처럼 아름답다'가 화두였다. 단돈 천 원이라도 입장료를 받는 절집에서는 불전함에 시줏돈을 안 넣지만, 입장료도 없고 마음을 동하게 하는 절에서는 꼭 법당에 들렸다 나온다.

삿갓 틈새로 보이는 구름처럼 하늘만 빠끔한 첩첩산중 방랑 시인의 묘역에 하얀 토종 민들레가 예쁘게도 피었다. 청정 지역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쁨이다. 순례자의 신발처럼 방랑자의 삿갓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친구가 보내준 김구 선생의 글을 읽으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중략)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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