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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1.09 16:29:00
  • 최종수정2021.11.09 16:29:00

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김홍도는 1745년(영조 21년) 중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20세 전후에 도화서 화원이 돼 29세 때 영조 어진 및 왕세손(정조)의 초상 제작에 참여했다. 정조 어진 제작의 공로로 40세에 안동 안기찰방, 48세에 괴산 연풍현감에 제수됐다.(김홍도가 그린 영조와 정조의 초상화는 한국전쟁 때 소실됨)

"김홍도는 스승이 없이도 지혜로써 새로운 뜻을 창출했고, 그저 화가에 불과한 사람이 아니라 참으로 온아(溫雅)한 군자다." ―영조 때의 실학자 이용휴

"풍채가 아름답고 활달하고 구속됨이 없어, 사람들이 신선같은 사람이라 지목했다." ―조선 후기 서화가 조희룡

"왕(정조)의 부름에 대기하기 위해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궁중에 머물러 있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그림을 부탁하는 비단이 무더기를 이루며 쌓이고 독촉하는 사람들이 문에 가득하므로, 잠자고 밥 먹을 겨를이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어린 시절 그림 선생이었던 강세황

"김홍도는 30년쯤 전에 나의 초상을 그렸는데, 이로부터 무릇 그림에 관한 일은 모두 홍도를 시켜 주관하도록 했다." ―정조, 1800년

성군정치를 하고 싶어 김홍도에게 백성들의 숨결을 그려오라 했던 정조가 1800년 급작스레 서거하자, '왕의 화가' 단원은 국중 최고의 화가에서 일개 자비대령화원으로 전락, 60의 나이에 그동안 면제됐던 인사고과용 시험 녹취재에 참여하게 된다. (1804년~1805년)

1805년(61세) 8월 19일, 녹취재 시험에 마지막으로 참여하고 가을부터 병이 위중해 생사를 오가면서도 죽는 날까지 화필을 놓지 않았다. (이 시기에 자신의 호를 변형시킨 '단원 노인' 이라는 뜻의 '단노(檀老)', 이상향의 뜻을 가진 '단구(丹邱)' 라는 낙관을 사용함)

"못난 아우는 가을부터 위독한 지경을 여러 차례 겪고 생사 간을 오락가락했으니 오랫동안 신음하고 괴로워 하는 중에 한 해의 끝이 다가오매 온갖 근심을 마음에 느끼지만(百憂感其心) 스스로 가련해한들 어쩔 수 없습니다" ―1805년 11월 29일, 김생원에게 보낸 편지

"너의 선생님께 보내는 삭전(朔錢 : 한 달치 교육비)을 보낼 수 없어 탄식한다" ―1805년 12월 19일, 열세 살 아들 연록에게 보낸 편지

(연록(延祿)은 '연풍에서 현감으로 재직하며 녹을 받던 시절에 얻은 아들'이라는 뜻의 늦둥이 양기의 아명이며, 이 당시 과부가 된 딸의 병세도 위독했다.)

"화사 김홍도가 굶주리고 병들어 먹을 것을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이 사람은 이 시대에 재주가 훌륭한 사람인데 그 곤궁함이 이와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인재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1805년 12월 31일, 전라도관찰사 심상규가 서용보에게 보낸 편지)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던 쓸쓸한 노화가는 1805년 12월 동지가 지난 삼일 후에 생애 최후의 역작인 '추성부도'를 완성하고, 다음 해인 1806년에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에서 62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추성부도'는 북송의 문인 구양수가 지은 '추성부(秋聲賦 : 가을 소리에 관하여)'를 주제로 한 그림이다.

'어느 날 밤 책을 읽던 구양선생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동자에게 나가서 살펴 보라고 하자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하고 답한다.

아아! 슬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이다.

가을의 기운은 싸늘하여 사람의 피부와 뼛속을 찌르며,

그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적막하다.

온갖 근심이 그 마음을 느끼게 하고 수많은 일이 그 몸을 수고롭게 하는구나.

짙게 붉던 얼굴이 마른 나무처럼 되고,

까맣게 검던 머리가 허옇게 되는 것이 마땅하거늘 어찌 가을 소리를 한탄하겠는가.'

화면 왼쪽에는 각진 바위 언덕이, 오른쪽에는 바위산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에는 맞배지붕의 초가(草家) 둥근 창 안으로 책을 읽다 밖을 내다보는 구양수가 보인다. 마당의 나무 아래에는 동자가 왼손을 들어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가리키고 있다. 마당 가 좌우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태호석이 자리하고, 그 앞에는 학 두 마리가 목을 길게 빼고 늦가을 달을 바라보며 울고 있다. 집 근처 낙엽수들은 서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고 마당에는 추풍낙엽들이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다. 집 앞 저 멀리 언덕에는 대나무를 둘러친 초가집이 있고 그 뒤로는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초가 위에는 동지가 지나 이지러지기 시작한 둥근 달이 옅은 구름에 가리어 으스름하다.

독학으로 입신한 천재 화가, 그림을 보는 이들에게 '한국인의 미소'를 선물한 너무나도 조선적인 화가, 18세기 후반 동아시아의 화단을 빛낸 거장 중의 거장 단원 김홍도! 그는 회갑년(回甲年)에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며 특유의 갈필(渴筆: 물기가 거의 없는 붓질)로 만단소회와 인생무상을 탈속(脫俗)으로 승화시켰다.

생전에는 그의 그림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뤘고, 사후에는 그림을 보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단원은, '추성부도'의 바위산처럼 우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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