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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중국 한나라 때 법치주의를 주창한 한비의 저서 <한비자>에 '역린'이란 말이 나온다.

역린(逆鱗)이란 용(龍)의 목에 거꾸로(逆)난 비늘(鱗)로, 그 비늘을 건드리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반드시 죽는다는 내용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부분 두 개의 역린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못배워 굶주렸던 서러운 한(恨) '교육'에 관한 역린이고,

또 하나는, 외세에 짓밟혔던 원통의 한(恨) '국방'에 관한 역린이다.

그리하여 입시,군 입대와 복무에 '不'이 끼어들게되면 절대 참지도 용서하지도 않는다.

잣도 익고 밤도 익고 도토리도 익어가던 작년 가을에는 '아빠찬스'의 不이 겁도없이 교육의 역린을 건드리더니, 역병이 창궐하는 올 가을에는 '엄마찬스'란 不이 간이부어 군대의 역린까지 건드렸다. 내로남불이 '문제인' 것처럼 아빠찬스와 엄마찬스가 '문제인' 것은, 이들이 한결같이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인데, 확증편향의 사람들은 자기합리화가 한계에 달하면 종당에는 인륜과 천륜을 끄집어내어 감성팔이를 한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소피스트(궤변론자) 트라시마코스는 "보편적 정의는 없으며 정의는 강자의 이익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의를 구현한다는 법도 강자의 편익을 관철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했다. 소피스트들은 진리와 정의를 상대적인 기준으로 바라보았다. "길을 가는데 노끈을 주워 집에 간 것 뿐, 노끈에 소가 매어져 있는 줄은 몰랐으니 소를 훔친 죄가 없다"는 소도둑놈의 억지 주장이 바로 궤변이다.

요즘 도처에 21세기형 소피스트 패거리가 심심치 않게 출몰하고 있다.

어떤 기관이나 단체가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하도록 가짜 일반인을 모집하여 대가를 지급하고 그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을 '아스트로터핑(Astroturfing)'이라 한다.

지난 2010년에 제기된 한 추정에 따르면, 중국 내 공무원들이 거의 30만 명에 가까운 '온라인 논평자들'을 고용하여 지도자, 정부, 공산당을 칭찬하는 글을 쓰게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 누리꾼들은, 티베트를 옹호하는 등의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를 '인육 검색엔진'이라 부른다.

2년에 걸쳐 두 개의 역린을 모조리 들쑤시는데도 착한 사람들은 바닷속 잠자는 용(龍)처럼 아직은 용(庸)하기만 하다.

슬랙티비즘이란 게으른 사람(slacker)과 행동주의(activism)의 합성어로, 사람들이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분명한 의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주저하는 현상 즉, 말만 많고 실제 행동하지 않는 게으른 행동주의를 이르는 말이다.

핵분열 물질이 연쇄 반응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최소한의 핵 연료량이 '임계질량'이다.

일반적으로 쓰일 때는 어떤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의미하는데,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임계질량인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가 탈세 논란으로 사퇴하자,

"내가 망쳤다 "(CBS 인터뷰)

"내가 망쳤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CNN 인터뷰)

"내가 이 상황에서 실수했냐고요· 물론이다. 그리고 나는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NBC 인터뷰)고 사과했다.

그런가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대마초를 피우기는 했어도 들이마시지는 않았다 "

내로남불, 아빠찬스, 엄마찬스, 확증편향, 궤변, 감성팔이,아스트로터핑, 인육 검색엔진, 이 모든 것들이 정의와 평등, 공정을 바라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시대를 겪고 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찰리 채플린의 격려에 희망을 가져본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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