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규완

전 충청북도중앙도서관장

저는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은 '58년 개띠'입니다.

1958년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80달러로 북한(280달러)의 30%에도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6·25가 끝난 1955년부터 1957년까지 80만 명대에 머물렀던 출생 인구가 1958년을 기점으로 90만 명대로 급상승했으며, 그 후부터 출생 인구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 58년생들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주류를 이뤘습니다.

58년 개띠들은 국민학교에서부터 반공교육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장공비 앞에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다는 반공소년 이승복도 1959년생이었고, 경찰 지서장이셨던 저의 국민학교때 친구 아버님도 공비의 총탄에돌아가셨습니다. 58년생들은 미성년 시절인 10대에는 지역에 따라 중학교는 무시험으로, 고등학교는 평준화를 통해 중등교육을 받았습니다.

사교육비 해소와 입시지옥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명분하에 선택의 자유도 잃은 채 실험실의 모르모트 신세가 되어야 했습니다.

1970년 시작된 '잘살아 보자'는 새마을운동에도 학생의 신분으로 적극 참여하였습니다.

성년이 되어 20대에는 대학이나 군에서 '10·26', '12·12', '5·18'을 겪었고, 30세가 되어서는 '6월 민주항쟁'의 넥타이 부대를 형성하였으며, 불혹인 40세 때에는 고초 당초보다도 맵고 호환 마마보다도 무서운 미증유의 IMF외환위기를 온 몸으로 견뎌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만 60세가 된 74만 명의 58년 개띠들에게 은퇴 쓰나미가 밀어닥쳤습니다.

그렇게 60년을 내 조국의 품속에서 희로애락했습니다. 배고픔과 괄시의 설움을 극복하고 가까스로 잘사는 나라의 자랑스런 국민이 되었습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제19대 대통령 취임사에 환호했지만, '조국 사태'를 비롯하여 60년 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나라 걱정에 잠 못이루는 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토의 허리 잘린 지 어언 75년. 이제 국민들마저 두동강나고 말았습니다.

안국선의 우화소설 <금수회의록>(1908년)은 동물들의 입을 빌려 사회 부조리와 잘못된 국정운영을 질타하고 있는데,서언(序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지금 세상 사람을 살펴보니 애달프고, 불쌍하고, 탄식하고, 통곡할만하도다.

도덕도 없어지고, 의리도 없어지고, 염치도 없어지고...'

그리고 다섯번 째 연사 게는 다음과 같이 일갈합니다.

"나는 창자가 없는 무장공자(無腸公子)올시다. 지금 어떤 나라 정부를 보면 깨끗한 창자라고는 아마 몇 개가 없으리다. 신문에 그렇게 나무라고, 사회에서 그렇게 시비하고, 백성이 그렇게 원망하고, 외국 사람이 그렇게 욕들을 하여도 모르는 체하니 이것이 창자 있는 사람들이오? 그 정부에 옳은 마음 먹고 벼슬하는 사람 누가 있소? 한 사람이라도 있거든 있다고 하시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당은 허구적 인물인 빅브라더를 내세워 체제를 유지하고 통제하려 합니다.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개인의 사생활과 사회 전체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세뇌시킵니다.

나치 독일 선정장관 괴벨스도 라디오를 싸게 판매하여 보급률을 70%이상 되게한 후 이를 통해 선전·선동했습니다.

염상섭의 소설 <삼대>에 파락호 조상훈이 나옵니다. 그는 신문물을 수용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등 근대적인 것을 표방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면모일 뿐 실제는 애욕에 사로잡혀 축첩을 하고 재산을 탕진하는 등 이중생활을 하는 집안 말아먹는 인간입니다.

토마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를 그린 정치 공상소설로, 500여 년전 한 철학자의 상상력에 의해 세워진 세계입니다.

이처럼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사람들을 데려가는 것은 작가들이나 하는 일입니다.

조지 오웰의 또 다른 소설 <동물농장>은 냉소적 디스토피아입니다.혁명에서 승리한 동물들의 '일곱 계명' 중 마지막 남은 하나의 계명은 이렇습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

'내로남불교'의 교리(敎理) 같습니다.

중국 한고조 유방의 황후 여태후는 유방이 죽자 자기의 "명을 거역했다"며 총비였던 척부인의 손발을 자르고, 두 눈을 파내어 봉사로 만들고, 귀를 지져 귀머거리로 만들고, 자살도 못하게 혀를 뽑아 벙어리로 만든 후 돼지우리에서 살게 한 추하고 추잡스런 악녀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전한의 사마천은, 황제에게 바른 말을 했다가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치욕스런 궁형을 자처, 쓸모없는 불구의 몸으로 <사기>를 저술하여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고 약자를 옹호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삼권이 분립된 법치주의 나라이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집니다.

우리는 헌법 전문에 천명한대로 3·1운동정신과 4·19민주이념을 계승해야 합니다.

스티븐 레비츠키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꺼내어 다시 읽어봅니다.

입춘이 지났건만 우리의 봄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오는4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매서운 회초리를 우리 국민들이 들어야 합니다.

어찌 되겠지, 나 하나 쯤이야, 에이 될대로 되라지 하는 나약과 비겁을 경계하면서, 차려진 밥상에 숫가락이나 얹는 무임승차는 하지 않으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두 눈을 크게 뜨겠습니다.

2020년 4월 15일. 대한민국 들녘에 봄꽃이 만발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