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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중앙도서관장

1963년 어느 겨울날 아침. 청주 출신 시인이며 경향신문 특집부장인 신동문은 서울행 경부선 열차에서 민망한 광경을 목도한다.

헌병 장교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서른 살 전후의 두 여인에 추근대는 것이었다.

참다못해 "당신 때문에 60만 국군이 욕먹어야 쓰겠소!" 크게 꾸짖고 정중히 사과토록 했다.

서울역 플랫폼에서 기다리던 중년 남자에게 달려가 쓰러져 안긴 여인은 다름아닌, 필화사건으로 2년 7개월의 옥살이를 하고 막 서대문 형무소를 나온 부산 국제신보 주필 이병주의 아내였다.

3년 전 4ㆍ19가 나던 1960년. 종합교양지 《새벽》의 주간이었던 신동문은 여름 특집 <조국(祖國)을 말한다>의 필자로 일면식도 없는 이병주를 추천받았고 그가 보내온 <조국(祖國)의 不在>를 실었다. 이 글에 대한 독자의 반향은 대단히 열광적이었으나 5ㆍ16군사정부는 즉각 이병주를 체포했다.

10년 선고를 받고 2년 7개월을 복역한 후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날 서울역에서, 충북인 신동문과 경남인 이병주의 첫 대면은 이렇게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후 신동문은 이병주에게 소설 쓰기를 적극 권했고 그가 써 온 '옥중기'에 <소설 알렉산드리아>란 제목을 붙여 발표함으로써 소설가 이병주가 탄생하게 되었다.

'좋은 글은 힘 있고 돈 있는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도 한다.'

어느 책의 서문에 써진 글이다. 독일 철학자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고함>처럼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명문 <조국의 부재>를 발췌하여 적는다.

'조국이 없다.

산하가 있을 뿐이다.

이 산하는 삼천리강산이란 시적 표현을 가지고 있다.

삼천리강산에 삼천만의 생명이 혹자는 계산하면서 혹자는 계산할 겨를도 없이 스스로의 운명대로 살다가 죽는다.

(중략)

지배계급의 사고방식이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권력은 가져야하고 일단 그러기 위해선 권력유지를 위한 세력을 강화해야한다.

설득, 협박, 매수등 방법은 각가지다.

만약 끝내 포섭되지 않을때는 상대를 말살한다.

둘째, 지배하기 위한 필요외에 백성을 위한 정치가 있을 수 없다.

표를 모으기 위한 제스쳐는 있을 수 있어도, 다시 말하면 백성을 위하는척하는 지배방법은 있을 수 있어도 백성의 문제를 스스로의 문제로 하고 백성의 소원을 겸허하게 들어선 안된다.

셋째, 국토를 누가 가져가더라도 스스로의 권력만 온존하면 그만이다.

넷째, 지배자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침범하는 사상은 사악한 사상이다.

지배자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백성이 아사해도 하는 수가 없고 양민을 학살할 수도 있다.

다섯째, 아무리 동지라고 하더라도 언제 배신을 할지 모르니 당중(黨中)에 당을 만들어야 하고 파중(派中)에 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선하는 순위는 제1이 자기개인의 이익, 제2가 자파의 이익, 제3이 자당의 이익, 제4가 국가의 이익.

이러한 사고방식에 이상이 있을 리 없다.

이상이 없고 정치가 정치일순 없다.

정치 없는 지배는 백성을 노예로 만든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권모와 술수를 다하는 한, 우리들의 조국은 없다.

(중략)

강도앞엔 주인도 무색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는 억울한 꼴을 보지 않겠다는 아금,

모두 잘살아 보겠다는 아금,

이러한 아금은 첫째 국회의원총선거에서 발현되어야한다.

누가 진정 국민전반의 의사를 가장 완전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자일까

어느 당이 가장 복지국가 건설의 역군이 될수있는 당일까,

어떠한 세력이 집권해야만 경제적 정치적으로 민주정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냉정하고 엄격한 판단이 우리들의 판단으로 되어야 한다.

(중략)

이나라의 비참함은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겠다는 점에 있다.

보다도 진실을 말할 수 없게 환경이 디비쪼인데 있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편이 처에게 형이 아우에게 그리고 친구끼리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진실은 이를 가려야하는데 체념이 생리로 되어 있다.

이 체념과 사고방식의 상호작용이 조국부재의 커다란 요인이다.

젊은 세대가 이처럼 갈앙(渴仰)의 눈으로서 돋뵈는 때는 일찍이 없었다.

그들의 정열이, 그들의 포부가 버림받은 민중의 틈에서 잡초처럼 강인하게 뿌리를 뻗칠때, 그때 비로소 조국에 아침이 온다.

그러나 우리들 멀고 먼 조국에의 아침이여.

오호!

통절한 우리들 조국의 부재여!

아울러, 매천 황현이 경술국치를 당하여

1910년 8월 7일(음력) 더덕술에 아편을 타 마시고 자결하면서 남긴 '절명시' 제3수를 옮겨 적는다.

'새짐승 슬피 울고 산과 바다도 찡기는 듯/

무궁화 삼천리가 다 영락하다니/

가을밤 등불 아래 곰곰 생각하니/

이승에서 식자인(識字人) 구실하기 정히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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