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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북도 중앙도서관장

골프를 안 치는 우리 부부지만, 서로 쿵짝이 맞아 일 년에 대여섯 번은 골프장 투어를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경우, 대개 4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전국 유명 골프장에서 거의 매주(목요일 또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린다. 갤러리 티켓은 1라운드(1일)당 1만~3만 원 정도지만, 얼리 버드(사전 구매)나 지역민을 위한 할인과 전액 무료인 경우도 있다.

구경 가는 전날 밤에 보고 싶은 선수들의 조편성과 티업 시간을 확인한다. 까치들이 깨우기 전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방부제를 쓰지 않는 베이커리에 들러 아침 일찍 구운 빵을 사서 출발한다. 골프장 인근에 마련된 갤러리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클럽하우스 앞에 내리면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의 장마당이 먼저 반긴다. 골프장 투어를 즐기는 이유는, 풀과 나무(그 중에서도 소나무)와 잔디와, 물과 모래와 바위가 어우러진 드넓은 숲속에서 맑은 공기와 좋은 경치를 만끽하며(때로는 미술 작품도 감상하면서) 산책할 수 있고,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과 표정까지 보고 느끼면서 멋진 경기를 관람하는 일석이조의 소풍을 하루 종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은 1개 홀당 소요 면적이 1만 평 정도이니 18홀 규모이면 18만 평 내외가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정원으로 조선 임금들이 소요(逍遙)를 즐겼던 창덕궁 후원인 비원(·苑: 비밀의 정원)의 면적이 10만3천여 평이고 천리포수목원은 18만여 평, 국립세종수목원은 20만여 평이다. 잘 가꾸어 관리되고 있는 골프장을 보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이 떠오른다.

유명 선수에게는 구름 관중이 몰리어 떠밀려 다녀야 하지만, 봐주는 갤러리 한 명 없이 외롭게 플레이하는 선수들도 많다. 지난번 청주에서 열린 대회 때 딸내미와 이름이 같은 선수가 있어, "김ㅇㅇ 파이팅!"과 "나이스!"를 외치며 응원했더니 아주 좋은 성적을 냈다. 우리의 성원이 김 선수를 춤추게 한 것일까? 선수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그린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패션쇼를 보는 듯하다. 게다가, 푸른 잔디 위나 나무 아래에 앉아 가져간 음식을 먹으며 멋진 플레이를 보노라면 그대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선수들은 신이 나고 갤러리들은 즐겁다. 억새들도 바람의 연주에 맞춰 흥겹게 노래한다. 선수들도 골프장도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멋지고 아름답다.

골프장 투어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 수가 5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제 골프도 대중화되었고, 야구와 축구처럼 필드에서 직접 뛰는 사람보다 보고 즐기는 팬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을 방문한 갤러리들에게 '하지 말라'는 제약은 많은데 비해 '무엇을 해줄까'하는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 2년간 무관중 경기를 치르며 얻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름이 꽤나 알려진 어느 선수 어머니의 "길을 보고 걷지 말고 선수를 보고 걸으세요." 소리를 듣고 가만히 살펴보니, 그 선수 주변에는 가족들 외에 다른 갤러리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골프는 심판이 없는, 매너와 에티켓이 중시되는, 남을 배려하는 신사적인 스포츠다. 독불장군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모름지기 프로는 실력도 좋고 인기도 많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선수는 인사 잘하고 잘 웃어주는 선수다. 언제 어디서나 친절과 미소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경기도에 있는 S골프장은 2000년부터 골프장 나눔 문화 축제인 자선 그린콘서트를 열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전남의 H골프장(체력단련장)은 골프장 내에 둘레길과 트레킹 코스등 산책로를 조성하여 개방함으로써 공공 편의와 시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지역에서 열리는 골프 대회에 주차장, 화장실 등의 시민 편의 시설을 지원하는 적극 행정을 펼침으로써,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골프장의 개방을 유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의 실력은 세계 최상이고, 그녀들의 패션은 세계 제일이라고 한다. K-골프의 위상에 맞게 갤러리들이 맘 편히 구경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번에는 평창이다. 관심을 갖고 눈길을 주다보니 뒷모습만 봐도 알 수 있는 선수들이 점점 늘어난다. 호쾌한 티 샷과 시원하게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릴 것이다. 사랑스런 태극 낭자들의 플레이에 방해되지 않도록 휴대폰을 꺼놓고, 산속 정원을 이리저리 거닐며 디지털 디톡스의 행복도 함께 누려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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