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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미스김 라일락!"

"어머! 저 미스 아니에요, 미시즈에요."

자료실 데스크의 김선생에게 라일락 한송이를 내밀었더니 얼굴을 붉히며 향기를 맡는다.

도서관 정원의 커다란 라일락이 연보라로 곱게 단장하고 매혹의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 봄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력을 가진 저 꽃의 이름은 안타깝게도

<미스김 라일락(Strings patula 'Miss Kim')>이다.

1947년 엘윈(미)이라는 식물 채집가가 북한산에서 국산 토종식물인 '수수꽃다리' 종자를 채취해서 미국으로 가져가 품종개량했는데, 꽃 이름은 당시 한국에서 함께 일했던 여직원의 이름을 땄고,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비싼 로열티를 물어가며 역수입하고 있다.

그때 그 미스김은 분명 여사(女士 : 학덕이 높고 어진 여자)였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속상한 마음을 달래본다.

라일락과 매우 비숫한 우리꽃 '수수꽃다리 '는 아쉽게도 아직은 황해도, 평안남도, 함경남도에 분포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남쪽으로 내려와 고혹의 향기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문세의 노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을 틀어본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잊을 수 없는 기억에/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안고/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요즘 가로수로 많이 심는 나무 중에 이팝나무가 있다.

쌀밥처럼 생긴 나무꽃이 많이 피면 벼농사가 잘되어 쌀밥을 먹게 된다고 하여 이팝나무로 불린 이 나무의 꽃이 활짝 피면, 마치 하얀 떡가루를 뒤집어 쓰고 서있는것 같아 보기만 해도 든든한데,

이것과 이름도 꽃도 비슷한 조팝나무가 있어 사람들에게 내깃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4월과 5월은 초록과 함께 좋아하는 꽃들이 많이 피는 시기라 너무 행복하다.

물망초, 진달래, 민들레, 할미꽃, 금낭화, 수선화...

도나우강(독일) 섬에 피어있는 하늘색 꽃을 꺾어 헤엄쳐 돌아오던 청년은 애인 앞에서 급류에 휘말리고 만다.

'나를 잊지 말라'며 꽃을 던져주고 하늘로 올라간 청년의 넋은 '영원한 사랑'의 꽃말과 함께 물망초(勿忘草, forget me not : 나를 잊지 말아요)란 이름을 갖게된다.

1959년 독일과 이탈리아는 서독의 금발 미녀 사빈느 베스먼과 이태리의 유명 테너 탈리아비니를 주연으로 영화 <물망초>를 합작했다.

자신의 공연장에서, 첫사랑 남자에게 떠나가는 여인을 바라보며 절망감에 비통한 심정으로 눈물'나를 잊지 말아요(물망초)'를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관객들이 손수건을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어릴 적 마을 뒷산에 올라 꽃을 따서 먹기도 하고 꺾어서 집에다 꽂아놓기도 하고 술도 담그고 화전도 부쳐먹고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기도'(김소월)했던 진달래꽃은 꽃말 '사랑의 기쁨' 만큼이나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근한 꽃이다.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 훨 네 곁으로 간다~'

박미경의 노래 <민들레 홀씨 되어>처럼 민들레는 바라만봐도 행복하다.

7~8월 백두산 천지 물가에는 민들레를 닮은 구름국화가 핀다.

동산이나 산소에 많이 피는 할미꽃은 곱게 빗은 할머니 흰머리 같다.

멀리 시집가 사는 손녀 집을 가다가 허기와 추위로 얼어죽은 할머니의 넋으로 피어난 꽃이라 꽃말도 '공경'이다.

어떤 사람은 짝사랑하던 이에게 금낭화를 찍어 여러번 보냈다고 한다.

심장 모양과 함께 예쁜 비단주머니처럼 생기고 꽃말도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이니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알아달라는 거였다.

호수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은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꽃으로 피었다는 수선화(Narcissus)의 꽃말은 '자기애(自己愛,나르시시즘)'다.

영국의 계관시인 워즈워스가 호숫가에 핀 수선화를 보고 지은 시 <수선화>의 마지막 구절이다.

'이따금, 긴 의자에 누워/멍하니 아니면 사색에 잠겨있을 때/수선화들은/고독의 축복인 내 마음의 눈에 반짝이노라/그럴 때면 내 마음은 기쁨에 넘쳐/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노라'

그래!

온통 꽃으로 가득한 이 좋은 시절에,

우리도 향기를 뿜자.

노래하고 춤추자.

꽃처럼 흐드러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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