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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중앙도서관장

추사 김정희는 쉰다섯 가을에 제주도로 유배되어 8년 3개월간 모슬포에서 위리안치형을 살았다.

위리안치(圍籬安置)는 유배지에서 달아나지 못하도록 가시울타리를 두르고 그 안에 가두는 중형으로 추사는 환갑 진갑을 다 그곳에서 맞았다.

어려울 때는 가족이 제일이고 떨어져있는 자식이 걱정인 법이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아들에게 "오직 독서만이 살아나갈 길이다"고 편지를 보냈듯이 추사도 아들 상우에게 책 많이 읽으라는 편지를 썼다.

"서권기 문자향(書卷氣 文字香: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그림과 글씨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이니라"

유배 4년 째인 쉰아홉에는, 권세를 따르는 세속과는 달리 옛정을 잊지않고 중국에서 어렵게 책을 구해 가져다 주는 이상적의 고마움을 세한(歲寒:겨울에 홀로 푸른 소나무)에 비유한 《세한도》를 그려서 "날씨가 추워진 뒤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공자님의 말씀을 적은 후, '장무상망(長毋相忘:오래도록 서로 잊지말자)'이란 인장을 찍어 보냈다.

'어려운 지경을 만나고 나서야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알게되다'가 함의된 《세한도》는 국보 제180호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전문 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선비가 그린 문인화의 대표작인 이 그림은 죽기 전에 한번은 만나봐야 할 조선왕조 500년의 걸작 수묵화다.

중국 후안서 온 코로나 놈 때문에 억울한 위리안치를 당하고 있다.

3월 중순의 태국 방콕(끄룽텝:천사의 도시) 여행을 해약하고 달포가 넘도록 '방'에 '콕' 박혀 방콕 구경을 하고 있다. 알베르 까뮈의 바이러스 재난 소설 《페스트》 속 인물이 되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영화 《컨테이젼》에 출연하고 있는 심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간관계는 멀어졌지만 SNS, TV, 라디오, 신문, 책과의 거리는 전보다 더욱 가까워졌다. 새벽에 신문 배달되는 소리, 택배 왔다는 '딩동' 소리가 반갑기만 하다. 날마다 멀리 있는 자식들 안부를 확인하고 싶지만, 마스크 사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애들한테 전화마저 여의치 않다.

"역병(疫病)이 돌면 놀랄 만큼 올바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주위의 죽음과 파멸을 최소화한다. 착하고 용감하며 최상의 인간 본성을 보여준다."

제니퍼 라이트가 쓴 《세계를 바꾼 전염병 13가지》에 나오는 말이다.

의사나 간호사를 한자로 표기할 때는 師(스승 사)자를 쓴다.

'사람의 모범이 되어 남을 이끄는 사람' 즉 '선생'이라는 뜻이다.

대구 지역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코로나19'와 사투중인 의료인 선생님들께 진정으로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역사가 존 M.배리는 저서 《The Great Influenza》에서 "당국자는 대중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그 방법은 아무것도 왜곡하지 않고 숨기지 않고 누군가를 조정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리더십을 발휘해 어떤 공포든 그 존재를 구체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갖은 설화(舌禍)로 국민들에게 안심은 커녕 걱정만 주는 몇몇 위정자들을 보노라면 장자 '서무기'편에 나오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개가 잘 짓는다고 해서 훌륭한 개라고 말할 수 없다"

더우면 그늘을 찾고 숨차면 쉬어가듯이 전염병이 창궐하는 난리통에는 정신을 가다듬고 차근히 행동하는 것이 좋다.

'붉은 여왕의 달리기'(계속해서 발전하는 경쟁 상대에 맞서 끊임없이 노력을 통해 발전하지 못하는 주체는 결국 도태된다는 가설)를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나,

내게는 '어려울 때 친구'가 과연 몇이나 있나를 돌이켜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인류는 지금 만물은 서로 도와야하는 대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에 맥없이 무장 해제 당하는 호모 사피엔스.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만심 속에 얼마나 유아독존의 삶을 살아왔던가!

유엔 회원국 대부분 국가로부터 위리안치 당한 대한민국이지만, 아이 성적과 남편 월급만 안 오르고 마스크값과 아파트값만 오르는 나라이지만, 어려울 때 일수록 타인을 돕는 건설적 행동인 '이타주의'를 발현하는 슬기로운 국민이 있는 한 그래도 희망은 있다.

신께서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랑이란 다리를 놓아주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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