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규완

전 충북도 중앙도서관장

"쌍봉사에 가보세요. 절이 참 예뻐요."

화순적벽 버스투어가 끝나자 문화해설을 맡았던 요코(가명) 여사의 추천이다.

한국 남자를 따라온 지 27년 됐다고 한다.

'ㄹ'받침이 들어가는 낱말 발음이 조금 어눌하기는 하였지만, 우리 역사에 대한 많은 지식에 자꾸 눈길이 갔다.

2년을 기다려 만나게 된 적벽 앞에 서니, 절벽 아래 강물처럼 소회와 감탄이 일렁인다.

기묘사화(1519년) 후 유배 왔던 신재 최산두가 중국 적벽에 버금간다 하여 적벽(赤壁)이라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직접 대하고 보니 그 규모나 아름다움이 버금(으뜸의 바로 아래)보다는 으뜸이라야 맞을 것 같다.

더더구나 노루목적벽(장항적벽) 같은 경우, 1985년 동복댐 건설로 수몰되어 25m 가량이나 잠겨버렸는데도 저렇게 장엄하니 말이다.

"무등산이 높다더니 소나무 가지 아래에 있고, 적벽강이 깊다더니 모래 위에 흐르더라"

세 차례나 이곳에 들러 절경을 노래한 난고 김병연(김삿갓)의 시구(詩句)는, 지금은 화순 지역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문구로 많이 쓰이고 있다.

군에서 운영하는 버스투어는 그 진행이 원칙적이고 친절하고 꼼꼼하여 안심도 되고 인상적이었다.

"화순에서 가볼 만한 곳 좀 알려주세요."

"저희도 청주에서 왔습니다만 가본 곳 중에서는 운주사, 세량지, 연둔리 숲정이, 임대정원림 등이 좋았습니다."

팔순 노부부의 손잡은 모습이 늦가을 아름다운 경치만큼이나 보기 좋다.

"쌍봉사(雙峯寺)에 쌍봉이 보이지 않네요?"

"아, 두 개의 봉우리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고,

창건자인 철감선사의 호에서 따온 거래요."

천왕문을 지나자 고목의 감나무와 느티나무 사이, 3층 목탑의 대웅전에서 사시불공을 드리는 비구니 스님의 목탁 소리가 경내에 울려 퍼진다. 쌍봉사 대웅전은 국내 유일의 3층 목탑식 전각으로서 보물로 지정되었으나, 1984년 4월 촛불 화재로 소실되어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었다.

다행히 이전에 남겨둔 단면도가 있어서 1986년 원형대로 복원할 수 있었다. '착한 사람에게는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는 내면도(內面圖)를 그려주는 신(神)이 있다면....' 옆 출입문 섬돌 곁에 조고각하(照顧脚下)의 글과 흰 고무신 그림이 사람을 다소곳하게 한다. 대웅전 뒤, 극락전 오르는 돌계단 양옆에 단풍나무 두 그루가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형상을 만들며 수문장처럼 서있다.

대웅전 화재 때 넘실거리며 올라오는 불길을 온 몸으로 막아 화마로부터 끝끝내 극락전을 지켜냈다는 나무들이다. 몸바쳐서 떠내려간 논개의 꽃 입술 만큼이나 붉고 아름다운

가을 잎이 뚝뚝 떨어진다. 극락전 왼쪽으로는 T자형 맞배지붕의 독특한 건축물 호성전이 있고, 오른쪽에는 지장전이 있다. 지장전에는 조선시대 시왕(지옥에서 죽은 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상 중에서 가장 빼어난 조각 기법의 국보급 시왕상(보물)이 있는데, 목조상들의 채색은 아직도 현대기법으로 재현할 수 없어 퇴색한 예전 빛깔 그대로 고색창연하다. 지장전 오른쪽으로, 예쁜 대나무 숲길을 조금 오르면 서북쪽 산자락에 철감선사탑(국보)과 탑비(보물)가 있다. 철감선사탑은 통일신라시대 팔각부도 중 가장 화려하고 세련된, 탑묘 예술의 극치를 보이는 걸작품이다. 석탑 지붕의 처마 끝에 동전만 한 크기의 막새기와를 새기고 막새에다 연꽃무늬까지 새겨 넣었다. 경지를 넘어선 신라 석공의 솜씨다.

철감선사탑비는 현재 비신은 없고 귀부(거북 모양의 비석 받침돌)와 이수(비석 위에 용의 모양을 새긴 돌)만이 남아있는데, 거북의 앞 오른발 세 개 발가락을 땅에서 들어올린 표현은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다.

쌍봉사는 한갓지고 예쁜 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천천히 둘러보기도, 생각하고 느끼기도 좋은 사찰이다. 주차료도 입장료(문화재 관람료)도 안 받는 인심 좋은 절집이다.

어느 지역에 대해 호감(好感)을 갖는 데는 한두 사람의 친절만으로도 충분하다.

화순(和順). 이름처럼 온화하고 순한 곳이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