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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가 아니니

그것은 어느 침묵

바로 그 속에 있는 것…'

쉴리 프뤼돔의 시를 읽었을 때 문득 부모님의 사랑이 생각났다.

늦둥이 막내였음에도 부모님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주위에서 골릴 때마다 설마와 혹시의 혼돈 속에 혼자 속앓이를 하곤 했다. 먹고 사는 것 말고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어려운 시절에, 사랑한다는 말은 팔자 좋은 꽃노래요 억지춘향의 입발림에 불과하였다.

게다가 유교문화에 젖어있던 어른들은 사랑을 남녀 간의 은밀한 것으로만 생각하여 그 말을 입에 담는 것조차 민망해하고 금기시했다.

태어나서 '사랑'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아버지가 계시는 사랑방이었다.

낮에는 손님들이 드나들었고, 가끔 늦은 밤에 나가 보면 댓돌에 엄마의 하얀 고무신이 놓여 있었다. 나는 발뒤꿈치를 들고 마루 위를 살금살금 걸어 안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산허리는 온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은 그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에서,

청주가 고향인 장꾼 허생원이 젊은 동이가 왼손잡이인 것을 보고, 예전에 봉평 물방앗간에서 얻은 자신의 아들임을 확신하게 되는 달밤의 풍경을 이처럼 러블리하게 묘사했다.

네이버 어학사전에서는 '사랑'을,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로,

'love' 를,

·(특히 가족 친구에 대한)사랑

·(성적으로 끌리는 상대에 대한)사랑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랑은 이처럼 좋은 것임에도 사랑에 대한 올바른 교육도 이해도 부족했던 지난달, 사랑을 남녀 간의 애정으로만 생각하여 '사랑한다'는 말은 하는 사람도 낯간지러웠고 듣는 사람도 오글거렸다.

연애(戀愛)는 연애(煙靄 : 연기와 아지랑이)처럼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것임에도, 못 할 짓이나 하는 것처럼 남모르게 조심조심하다가 들키면 창피하고 연애질한다며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런 가정환경과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란 나이 든 세대들은, 다른 사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식 사랑조차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두어야 했다.

그래서 가슴에 멍이 든 부모들이 많았던 것이리라.

아버지 술잔에, 어머니 앞치마에 방울방울 떨어진 눈물이 부모의 마음이요 사랑이었던 것이다. 좋으면서도,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주고 싶으면서도, 쑥스러워서, 오해할까 봐, 말도 못 하고, 얼마나 사랑에 조심하였던가!

"가까이 있는 단 복숭아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신 똘배 찾으러 온 산을 헤맸구나!"

퇴계 선생의 한숨마따나 사랑과 행복은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이었다.

"나는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내가 그를 사랑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그를 사랑하고 싶다."

《좁은 문》(앙드레 지드)의 알리사 사랑,

"키스해도 될까요·"

앨리스가 물었다.

"내가 당신에게 도려줘도 된다면."

《우리는 사랑일까》(알랭 드 보통)의 앨리스 사랑,

'남산의 딱따구리는/배가 고프면 나무를 쪼고/해지면 둥지에 깃드네/남에게는 구함이 없이/오로지 뜻하는 대로 한다네'

중국 어느 여류시인의 사랑이다.

버트런드 러셀처럼 사랑을 찾아 헤맬 것이 아니라, 헤르만 헤세같이 항상 사랑에 빠져있으면 행복할 것이다.

숨기지도 아끼지도 망설이지도 말고 하고 싶은 대로…. 많은 사람들이 먼 길을 떠나며 하는 말,

"사랑한다!"

세밑에, 말보다는 가슴으로 자식들을 사랑하신 부모님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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