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아침 산책길 이정골 삼거리에는 할머니의 꽃밭이 있다.

아파트 건설에 50년 살던 집을 내주고 고향서 그리 멀지않은 삼거리 한편에 작은 외딴집을 마련한 할머니는 길가 양옆을 일구어 화단을 만들었다.

팔순의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폐지를 수거하여 고물상에 갖다주고 6~7천원을 받으면 그중에서 꽁을 쪼개듯 떼어 놓았다가 할머니가 좋아하는 꽃씨를 사다 주셨다.

할머니의 꽃밭에는 달맞이꽃, 자주달개비꽃, 붓꽃, 초롱꽃, 수염패랭이꽃, 천인국, 당아욱, 개양귀비, 샤스타데이지, 붉은인동, 장미 등 할머니의 꽃들이 만발했다.

장난감 가게에 들어선 아이처럼 아내의 눈과 입과 카메라 렌즈가 한꺼번에 벌어진다. 허리 굽혀 조심조심 풀을 뽑는 할머니의 구릿빛 얼굴에서는 세월의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줄기가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며 커피를 타시는 할머니의 손등이 바게트빵을 닮았다. 지나는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보시하는 내외분의 노력과 정성이 꽃보다 아름답다.

용정산림공원 옆 고갯마루를 막 넘으면, 가게가 잘되기를 바라는 주인의 재치가 돋보이는 '오래가게' 간판의 시골 슈퍼가 나온다. 그 앞에서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 멋들어진 가게이건만 손님이 그리 많지않아 주말에만 문을 연다.

지나는 길에서도 보이는 언덕의 예쁜 개집 옆에는 멋진 파라솔이 쳐져있어, 동물을 사랑하는 주인의 배려가 각별하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패랭이꽃과 붓꽃의 안내를 받아 안마당에 들어서면 비밀의 정원이 나타난다. 작약, 창포, 노랑무늬붓꽃, 제주부추, 개양귀비, 자주달개비, 군자란, 붉은아카시아 등 무더기로 흐드러진 꽃들에 혹하고 만다.

맘씨 좋은 주인장이 텃밭에서 부추를 서너 움큼 뜯어 싸주신다. 고개 너머에서는 동네 할머니가 손두부, 비지, 청국장을 팔고 계신다.

한참을 내려가다 되돌아가 9천 원을 주고 비지와 청국장을 샀다. 집에 돌아와 점심에는 비지장을, 저녁에는 청국장을 끓여 먹으니 그야말로 고향의 맛 어머니맛이다.

참기름, 식초, 설탕, 진간장,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부추겉절이는, 비타민과 철분이 풍부한 탓에다 정맛까지 더해져 피도 맑아지고 정신도 밝아지는 진미를 선사했다.

큰길가에서 뻥튀기 기계를 놓고 튀밥을 튀겨 파는 노부부가 계신다. 일부러 찾아가 주전부리감을 조금 샀더니 덤까지 주신다. 만원의 행복이다.

아래층에 이사 온 젊은 부부가 이사떡을 가지고 왔다.

갑자기 어느 초등학생의 답안지가 생각나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 했다. '뭘 이런걸 다'

실로 오랜만에 그것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서로가 멀리하고 어려운 이 때에 느껴보는 아기자기한 감동이다.

숲속 산책길에서 때죽나무 꽃을 보았다. 김삿갓을 닮은 꽃이다.

뭇 꽃들은 주광성(走光性)으로 인해 하늘을 향해 피건만 이 꽃은 오롯이 땅을 보며 피어난다.

'땅이 아니었으면 제가 어찌 피어날 수가 있었겠어요. 감사합니다!' 하듯이. 가지마다 복(福)이 주렁주렁 열렸다.

씨앗으로 목걸이를 만들어 그리운 이에게 걸어주고 싶다.

카피라이터 정철이 쓴 <사람사전>에 '가마'에 관한 글이 있다.

'산 사람은 가마. 죽은 사람은 상여. 휘청휘청 타는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생은 가마 몇번 타다 상여 타는 것. 꽃가마 으스대 봤자 꽃상여 타는 것.'

개심만복래(開心萬福來)일 터다. 마음을 열고 어울리고 나누고 고마워하면 온갖 복이 들어올 것이다.

하루에 한 번 만이라도 좋은 생각하고 소소하게라도 좋은 일 하면 매일매일이 기쁘고 뿌듯하지 않을까·

할머니의 꽃밭처럼....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