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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4.19 15:24:58
  • 최종수정2022.04.19 15:24:58

김규완

전 충북도 중앙도서관장

"…무릉(武陵)이란 곳에서 고기잡이하던 사람이 작은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홀연히 복숭아나무 숲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향기로운 풀이 싱싱하고 아름다웠으며, 떨어지는 꽃잎이 어지러이 나부끼고 있었다.…"

이는 도연명의 산문 '도화원기'다.

그로부터 천여 년이 흘렀다.

"1447년 4월 20일 밤 잠자리에 들었더니, …골짜기로 들어가니 복숭아꽃이 숲을 이루어 어리비치고 붉은 안개가 떠올랐다. 박팽년은 참으로 도원경이라며 감탄했다. 곁에 두어 사람이 있어 서로 짚신감발(*짚신을 신고 발감개를 함)을 하고 맘껏 구경하다가 문득 꿈에서 깨었다. …이에 안견으로 하여금 그리게 하였더니 사흘만에 완성되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쓴 안평대군의 발문이다.

이로부터 575년이 지난 2022년 4월 11일에 청주 사람(淸人)은 영덕의 복사꽃마을을 찾았다. 세종의 셋째 아들 용(안평대군)이 꿈에 본 도원(桃源)을 안견에게 그리게하여 여럿과 함께 했듯, 청인은 봄날 아침에 본 도원(桃園)을 또렷이 사진 찍어 이웃들과 함께 하고, 생생한 감동은 글로 적어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함이다.

꿈에서 고향집 뒷산을 흥얼거리며 오르고 있었다. 지게를 지고 내려오던 동천(洞天)이 형이 "산모퉁이 돌아 골짜기로 들어가면 경치가 좋다"고 알려준다. 신발 끈을 동여매고 부랴부랴 찾아가니 계곡에는 붉은 복사꽃이, 산허리에는 하얀 산벚꽃이 만발했다. "우와~!" 감탄하다가 그만 꿈에서 깨었다.

그 옛날 열자는 '낮에 생각한 것이 밤에 꿈이 된다'고 했다. 4월이 되니 복사꽃이 보고 싶어 영덕 복사꽃마을에 수시로 전화하며 안달을 떨었다. 11일에서 15일까지 한창일 것이라는 소식에, 11일 해 뜨기 전에 출발하여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전에 도착했다.

마을 어귀 초로(初老)의 내외가 밭에서 나와 그림을 그리듯 알려주신다.

"저 위 소나무 서 있는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면 그만이지유. 옥계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오십천 양쪽으로 온통 복사꽃 천지라 볼만할 거구만 유. 올라가는 길이 할메 허리길이니 조심해서 가시구유."

역병이 창궐하여 사람들의 입을 막은 마스크가, 어떤 이에게는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고, 말을 삼가면 허물이 없다'는 경계의 말을 되새기게 하였고, 순박한 사람들에게는 친절을 베푸는 더 많은 인정을 심어주었나 보다.

꼬부랑 고갯길 언덕에 올라 뒤돌아보고는 가슴 터지는 경탄성을 동시에 울렸다. "와~ !" 안개 자욱한 언덕 언덕에 복사꽃이 만발이다. 백만 그루 복숭아나무가 비단에 수 놓은 듯 펼쳐있다. 연분홍 진분홍 꽃잎이 바람에 날려 물을 타고 흘러간다. 극가(極佳)의 풍광에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다! 가히 세상을 잊어버리기에 충분하다. 가만히 눈을 감으니 장자의 호접몽(胡蝶夢: 나비의 꿈)과 함께 귀에 묻은 티끌까지 씻기는 듯하다. 진분홍 복사꽃이 연록색 잎과 함께 아침 햇살에 보석처럼 빛난다. 손차양을 하고 멀리 오십천을 바라보니 금모래 반짝이는 강변 솔밭에 노송들이 일렁인다.

안평대군은 <몽유도원도 발문>을 이렇게 맺었다.

"훗날 이 그림을 보는 자가 옛 그림을 구해서 내 꿈과 비교해본다면 필시 무슨 말이 있을 것이로다."

사랑하는 사람처럼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을 복사꽃밭[桃園]을 하염없이 거닐며, 세종이 안평에게 내렸던 당호 '비해당(匪懈堂)'을 음미한다.

'밤낮으로 게으름 없이 오직 백성만을 생각하라.'

그때의 안평(安平)처럼 평안(平安)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나무를 심고 가꾼 사람들이 고맙고, 잘 자라서 꽃을 피우는 나무들도 고맙다. 일 년을 견딘 대견함만으로도 꽃은 예쁠 수밖에 없고, 마음이 고운 사람은 꽃보다 더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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