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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임금이 영릉(寧陵)과 영릉(英陵)에 전알(展謁)했다. 먼저 영릉(寧陵)에 나아가 참배하고 다음에 영릉(英陵)에 나아가 참배했다'

정조실록8권에 나오는 내용이다.

영릉(寧陵)은 조선 제17대 왕 효종과 인선왕후 장씨의 능이고, 영릉(英陵)은 제4대 왕 세종과 소헌왕후 심씨의 합장릉이다.

제22대 조선 국왕 정조는 왕에 오른지 3년 만인 1779년 녹음이 우거진 8월 5일에, 여주에 있는 영릉(寧陵)을 먼저 참배한 후 700여m의 소나무 숲길을 걸어 영릉(英陵)에 나아가 전배하고 작헌례를 행했다.

그리고는 함께한 신하들에게 말했다.

"영묘·효묘의 성덕과 대업을 어찌 감히 형용하여 말할 수 있으랴마는, 이제 와서 계술(繼述)하는 일은 나 소자(小子)의 책임이다. 내가 오늘 두 능에 전배하고 추모하는 가운데에 더욱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효종릉과 세종릉 사이의 소나무 숲길은 선대왕 숙종(1688년)과 영조(1730년)도 걸었던 길이다. 문화재청에서는 이 길을 '왕의숲길'이라 명명해 관리하고 있다. 정조를 좇아 작년 8월에 영릉을 찾았으나 아쉽게도 왕의숲길은 출입금지였다.

다행히 조선왕릉 숲길 11개소가 일시(5/16~6/30) 개방되는 바람에 희망하던 바를 이루게 됐다. 언제나처럼 새벽에 일어나 서둘러 출발하고 일찍 도착해 첫 번째로 입장했다. 장맛비처럼 3일을 이어 내리던 비가 그치니 영릉의 숲은 더없이 푸르고 공기는 맑고 새소리는 청아하다. 온 몸을 깨끗이 씻고 닦은 기분이다.

효종릉에서 세종릉까지는 1천여 m로 이 중 오롯한 숲길은 700여 m다. 소나무 울창한 350년 고도(古道)의 흙길을 걷다 보니, 풀이 자라지 않는 소나무 아래 젖은 솔가리 속에서 때이른 송이가 '뿅'하고 올라올 것만 같고, 솔잎 사이를 지나는 바람은 '쏴'하고 파도 소리(松濤:송도)를 낸다.

효종릉 능침 주변의 소나무들은 똑바로 섰는데, 세종릉 주변의 소나무들은 능을 향해 절하듯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작년에 처음 갔을 때는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하여 '경배송(敬拜松)'이라 이름 붙이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만의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세종은 1424년 4월 "소나무 양성 기술을 상세하게 갖추어 알리라"고 명하고 이어서 소나무 베는 것을 금지하는 금송령(禁松令)을 내려 소나무를 보호했다.

고승 사명당은 청송사(靑松辭)에서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변함이 없구나'라 했고, 백성들은 소나무 가지에 맺힌 감로(甘露) 를 상서로운 징조이자 선정(善政)을 나타낸다고 여겼다.

왕의숲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세종 임금은 1444년 맑은 고을 청주의 초정행궁에 내려와 120여 일을 기거하며 눈병을 치료하고 밝은 눈으로 한글 창제를 마무리했다. 눈이 밝아야 마음도 밝고 마음이 밝아야 선정을 베풀 수 있는 것이리라.

성군 세종과 정조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면서 남산 위 저 소나무에 감로가 맺히기를 기대해본다. 내일모레는, 어질고 덕이 뛰어난 새 대통령이 나오기를(D-355) 갈망하며 화성에 있는 정조의 능과 그 일원의 숲을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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