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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중앙도서관장

십여년 전에 자주 찾는 책방에서 고은 시인의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를 발견했다.

기대와 설렘으로 읽어보니, 1968년 신동문 시인의 모친상 빈소(청원군 문의면 산덕리)를 찾았다가 쓴 '문의 마을에 가서'였다.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로 시작하는,

죽음을 통하여 깨달은 삶의 경건성을 노래한 내용과 함께 또 다른 충격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제서야 신동문을 알게되다니...'

청주시가 시인의 생가 인근인 문의면 남계리에 <신동문 문학관>을 건립했다.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에서 그리 멀지않은, 대청호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과 풍광이 좋은 따뜻한 곳이다. 여기에 오면 시심이 복받쳐 누구나 절로 시인이 된다.

문학관이 들어서자 2004년을 정점으로 줄어들었던 청남대 관람객이 20년만에 다시 연간 100만을 넘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뿐만아니라 여기서 차로 넉넉잡고 30분만 가면 도착하는 옥천읍에 <향수>의 시인 정지용 문학관과 그의 생가가 있다.

"'ㅡ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그야말로 지역 문화 자산을 연계시킨 콘텐츠 개발의 성공이다.

아이들은 청남대를 소풍하며 커다란 포부를 키우고 문학관에 들러 꿈을 짓고 사랑을 노래한다.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에서는 신동문 문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석ㆍ박사의 배출이 줄을 잇는다.

이상은 앞으로 몇년 후의 일을 희망하고 예상하여 적은 것이다. 지난 해 창령사터 오백나한상을 보러 춘천에 갔었다. 국립춘천박물관 가는 길에 <김유정 문학촌> 도로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봄봄,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이 춘천 사람 이었던가?'

주저없이 핸들을 돌리고 여행 일정을 조정했다.

땅이 넓은 도(道)의 사람들은 스케일도 큰가보다.

경기도에도 양평에 황순원 문학촌이 있는데 강원도에는 김유정 문학촌이 있다.

그곳은 여느 문학관처럼 잠시 들리는 곳이 아니었다.

적어도 한나절 이상은 머물러야 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옛날 시골의 자연부락만한 곳이었다.

북적이는 관람객들을 보며 부러움과 함께

스치는 '만약에' 라는 생각.

'김유정 문학촌이 아닌 춘천 문학촌이라 명명했다면 여기를 찾았을까?

황순원 문학촌이 아니라 양평 문학촌이라 했다면...'

듣기만 하여도 친숙하고 표지판만 보아도 들리고 싶은 곳이 작가들의 이름이 붙은 문학관이다.

윤동주 문학관이 그렇고 이육사 문학관, 이효석 문학관, 조지훈 문학관, 동리목월 문학관(김동리,박목월 문학관)이 그렇다.

몇년 전에 러시아 문학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었다.

넵스키 대로에서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의 흔적을 찾다가, 러시아에는 푸시킨 문학관이 22개나 있다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랐다.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와 함께 러시아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인이라지만 자못 부럽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도 박경리 문학관이 세개(박경리 기념관, 박경리 문학관, 박경리 문학공원) 있기는 하지만...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이 인쇄된,

예로부터 교육의 도시로 불렸던,

청원군과의 통합으로 84만 인구를 가진 청주에 문학관 하나 없는 것이 말이 되나 싶었는데,

넉넉잡아 2년 안에 고대하던 일이 이루어진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청주시민 뿐만 아니라 타지역 주민들도 이해되고 좋아하는 사랑받는 문학관이 건립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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