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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북도 중앙도서관장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 싶지…."

정오의 라디오에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흘러나온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와이퍼도 그치고 적색 신호등에 차를 멈추자, 고추잠자리 한 마리 날아와 앞 유리에 앉는다. 세찬 비바람이 아스팔트를 식히니, 더위 피해 산으로 올라갔던 천둥벌거숭이가 내려온 것이다.

고추잠자리는 머리부터 배끝까지 전체가 빨개서 붙은 이름이지만 실은 성숙한 수컷에만 붉은 색이 나타나고 미성숙한 수컷이나 암컷은 노란색을 띤다. 고추잠자리에 대한 어린아이들의 예쁜 말은 '고추짱아'다. 옛사람들은 강추(絳·: 진홍색 천), 적변장인(赤弁丈人: 붉은 고깔을 쓴 노인), 적졸(赤卒: 붉은 빛을 띤 무리) 등으로도 표현했다. 익어가는 들녘의 곡식,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함께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사랑받는 '가을빨간잠자리'다.

'천둥벌거숭이'는 '천둥'과, 잠자리의 비표준어인 '벌거숭이'의 합성어로 천둥치는 날씨에도 돌아다니는 고추잠자리를 이르는 말인데, 사전적 의미로는 '철없이 두려운 줄 모르고 함부로 덤벙거리거나 날뛰는 사람'을 뜻한다.

천둥 번개가 칠 때 다른 벌레들은 나무 밑에 숨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지만 고추잠자리는 겁도 없이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해서 그렇게 불리는데, 고추(좀)잠자리의 경우 활동 최적 기온이 15~20도로 평지의 기온이 30도를 넘게 되면 활동을 하지 못하고 죽게된다. 천둥 번개를 따라 생명수 같은 비바람이 오고 있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잠자리는 지구상에서 날개를 가진 곤충으로 진화한 무리 가운데 최초의 곤충이며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益蟲)이다. 하루에 평균 200여 마리의 모기를 사냥해 서양에서는 모기매(mosquito hawk)라 부르기도 한다.

잠자리가 사냥률 95% 이상을 자랑하며 세계에서 가장 실력있는 포식자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좋은 시력과 빠른 비행속도(시속 30~60km),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 모양의 눈으로는 360도 어느 방향이나 볼 수 있고, 날개 네 개를 모두 따로 움직여 뒤로나 거꾸로도 날 수 있다. 공중에서 정지 상태로 있다가 순식간에 시속 50㎞로 속도를 올릴 수도 있다. 헬리콥터를 가리켜 '잠자리비행기'라 하는데 실제로 잠자리는 미 육군의 드론 모델이 되기도 했다.

놀라운 비행술과 사냥솜씨를 가지고 있는 잠자리에게도 천적은 있다. 사마귀와 거미다. 예전에 잠자리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골에서는, 철사를 동그랗게 구부려 대나무 등 긴 막대기에 묶은 후 거미줄을 동그랗게 구부린 철사에 여러 겹 붙여서 잠자리 채집을 했다.

모든 식물의 고향이 물속이듯 잠자리의 고향도 물속이다. 잠자리는 한여름에 더위를 피해 높은 산 위로 피서를 떠났다가 무더위가 지나면서 논과 밭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여름철엔 물가에서, 가을날엔 하늘에서 사랑을 나눈다. 청낭자(靑娘子)로도 불리는 잠자리들은 짝짓기를 할 때 서로의 긴 배를 휘어지게 하여 특유의 하트 모양을 만들어낸다. 밉지않은 질투심 유발자들이다.

가끔 잠자리 두 마리가 몸이 붙은 상태로 날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자신이 모처럼 건네준 정자를 다른 수컷이 긁어내지 않도록 수컷이 짝짓기 후에 암컷의 머리를 붙잡고 날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교미 후 경호'라고 한다.

잠자리는 다른 곤충에게는 없다고 알려진 일종의 선별적 주의력을 타고났지만, 가로등 아래 주차된 차에 비친 불빛을 햇빛이 수면에 반사된 것으로 여겨 알을 낳기도 한다.

여름이면 순백의 연꽃 위에서 두 쌍의 날개를 활짝 펴고 배를 곧게 세워 하늘로 향하고 있는, 우아한 발레리나 모습의 고추잠자리를 볼 수 있는데, 이는 햇볕을 조금이라도 덜 받아 몸의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줄이려고 하는 삶의 몸짓이다.

고추잠자리를 보면 고향이 생각나고 친구들이 보고싶고 어머님이 그리워진다. 천둥벌거숭이 시절엔 '엄마'라 부르고, 곱게 늙어가실 때에는 '어머니'로 불렀는데, 지금은 '어머님!'으로 쓰기만 한다….

저녁노을 속 잠자리 한 마리가 창가에 앉는다. 오늘 밤에는 잠자리 날개 같이 고운 모시옷을 입으시고 환하게 웃으시는 어머님을 뵈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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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