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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전 세계 장수 지역 사람들의 공통점은 적당한 신체 활동을 지속하고, 친목 생활을 즐기며, 다른 관심사보다 가족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 중에 '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이 있다. "최고의 반찬은 두부와 오이, 생강, 나물이며 최고의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그리고 손자를 만나는 것"이란 뜻이다.

이십여 일 전부터 추석맞이 준비를 나름대로 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하기,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하기, 이발소에 가서 머리 깎기, 네 가족이 함께 갈 국립세종수목원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예약하기, 완주 화암사·예산 수덕사와 외암마을·함양 상림공원과 개평한옥마을·함양과 거창에 있는 정자 등의 풍경을 담아 지인들께 보내드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 컬렉션'과 국립공주박물관의 '무령왕릉 50주년 특별전' 사진과 김홍도의 '추성부도' 감상문을 써서 주변 분들과 함께하기, 그리고 동트기 전 산에 가서 새벽이슬 맞은 알밤 주워오기 등이었다.

호국원 출입마저 금지시킨 당국의 처사로 성묘도 못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오랜만의 석양배(夕陽杯)도 나눌 수가 없고, 그저 휴대폰에나 의존해 수상한 이 시절을 참고 견디는 수 밖에 별도리가 없었지만, 음식을 잘하는 아내와 배움을 즐기는 아이들 덕에 그나마 서운함을 달랠 수 있었다.

명절 연휴만 되면 여지없이 거리마다 내건 정치 군상들의 사탕발림 플래카드가, 쓰레기 하치장의 거무튀튀한 비닐처럼 팔락이며 시민들을 호객한다. 어떤 이는 외면하고 어떤 이는 비웃고 어떤 이는 해타(咳唾)를 내뱉는다.

어젯밤에는 한가위 보름달이 너무도 밝아 집안의 불을 죄다 끄고 맞이했는데, 자정을 넘어서는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크게 일어 풋잠이 깨고 말았다. 깬 잠 다시 이루지 못하고 어깨에 내려처지는 죽비(竹篦) 소리같은 빗소리를 들으며 조선 시대 청주 사람 노긍(盧兢)의 글 '우렛소리를 듣고 놀라서'와 같은 때 사람 심익운의 '네 가지 이야기' 중에 있는 글을 옮겨 적어 본다.

"야밤에 우렛소리를 듣고서 벌떡 일어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평생 지은 죄악을 이루 다 헤아리지 못하겠다. …(중략)… 하는 짓거리마다 하늘의 신에게 죄를 얻을 인간들이 그 수를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응당 와르르 쩌렁쩌렁 둥근 쇳덩어리 불덩어리가 쏟아져, 그따위 인간들을 그 자리에서 불태워 죽이는 사건이 발생해야 하건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소문은 끝내 듣지 못했다. 곰곰이 따져보니, 그런 죄 많은 인간들이 지상에 두루 차 있어 가려 뽑아 낼 도리가 없는지라,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라 해도 처치할 방도가 없을 것이다. 그저 저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둔 채 지은 죄가 가득 차기를 기다렸다 자기가 지은 죄를 자기가 받도록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후략)"

―노긍, '우렛소리를 듣고 놀라서'

"도철(饕餮 :탐욕스럽고 흉악한 성질을 가진 짐승)의 세상에서 청렴한 사람이 벼락을 맞아 죽었다. 먼 옛날 천제(天帝)가 뇌사(雷師)에게 명을 내려, 천하 사람 중에서 악인 한 명을 골라 벼락을 쳐 죽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뇌사가 살펴보니 천하의 모든 사람이 다 탐욕스러웠다. 그렇다고 그들을 다 죽일 수는 없었다.하는 수 없이 뇌사는 청렴한 사람을 악인이라 하여 벼락을 쳐 죽였다. 미친 사람이 사는 나라에서는 미치지 않은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여긴다는 옛이야기가 있다. 참으로 심하다! (후략)"

―심익운, '네 가지 이야기'

"법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 하여 그 편에 들지 않고,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 하여 같이 휘지 않는다"

'한비자'에 나오는 구절을 더듬으며 '공생명(公生明 : 공정함이 밝음을 낳는다)'을 생각한다. '곡식이 되나 말에 넘치면 사람이 평미레로 밀고, 사람이 분수에 넘치면 하늘이 평미레로 밀어 버린다'고 했으니 나에게로 돌아가, 새벽을 뚫고 지팡이를 벗 삼아 길을 나섰다가 저물 무렵이 돼서야 집으로 걸음을 돌리던 옛사람들처럼, 새날에는 천석고황(泉石膏肓)의 역마살과 함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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