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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중앙도서관장

사람들은 말한다.

세상에 신이 있기는 하냐고? 왜 못된 사람은 놔두고 착한 사람만 데려가냐고?

그런데 그것은 신을 탓할게 아니다.

못된 사람은 이기적이라, 약삭빠르게 자기부터 챙기고 남 일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병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 적어지고, 착한 사람은 이타적이라 열심히 일하고 고심하고 남 일까지 떠맡아 하느라 자기를 돌보지 못해 병에 걸릴 확률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남가주 정신건강가족미션 김영철 소장의 말이다.

"정신질환은 착하고 똑똑한 청년들이 많이 걸립니다.

남에게 스트레스나 미움, 분노등을 풀어내지 못하고 자신이 다 감당하고 참고 지내다가 뇌기능장애가 오는 겁니다. 악한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아요. 악한 사람들은 순수한 사람들에게 그 스트레스를 다 떠넘겨 병들게하고 자신들은 살아남죠."

박지원의 소설 <호질>에서 창귀들은 범에게 선비를 잡아먹도록 부추긴다.

이들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혼(魂)으로,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호랑이에게 예속되어 호랑이가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닐때 앞장서서 먹잇감을 찾아준다.

못된 짓을 하는데 앞장서는 사람을 가르켜 창귀라 한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중에 <만무방>이 있다.

만무방은 예의와 염치가 없는 뻔뻔한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나라가 어지러우면 창궐하는 것이 창귀와 만무방 들이다. 나이 먹은 사람이 몰상식한 짓을 하는 경우를 비난할 때 '철들자 망령난다'고 한다.

영미권 보수주의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드먼드 버크는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다가 상식이 누락된다."고 경고했고, 우리 시대 100세의 현자(賢者) 김형석 교수는 "정치를 통해 이득을 노리는 사람들은 민주정치의 적이다. 정권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충고했다.

재작년 패키지로 서유럽을 여행했을 때 일이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종업원들이 음식을 한쪽 테이블에만 갔다 놓고는 "빨리 빨리! 전달 전달!"외치고, 다른 종업원들은 서빙은 않고 팔짱을 낀채 웃으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가 중국 대륙과 중앙아시아,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까지 그 먼 길을 쉬지도 않고 빨리도 왔구나 자괴감이 들었다. 누구를 탓하리요...

세계가 넓다한들 지구는 도는 법, 그것이 어느새 지구를 한바퀴 돌아 서양의 패스트트랙(fast track)까지 데리고 왔다.

"빨리 달리는 사람은 넘어진다."는 세익스피어의 말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현실에 침묵함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 유약함으로 모든것을 대하는 사람, 탄식과 원망으로 행동을 대체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비판한 중국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옌롄키의 자책과도 같이, 백면서생의 나약함을 스스로 한탄하며, 청주 출신 신동문 시인의 산문 <썩어진 지성에 방화하라>를 발췌하여 적는다.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당의 민국도 아니요, 민주당의 민국도 아니요, 더구나 위정자의 민국도 아니다. (중략)

그런데 그 우리의 대한민국이 어느 일당의 횡재물(橫財物), 일파의 온상이 되었을 때 우리 모든 주인 백성들은 마땅히 노하고 싸워서 도로 우리의 것으로 되찾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느 일파의 가면극, 일당의 기구로써만 전용될 때 우리 모든 민주주의의 역군인 인간들,

특히 그 선도자인 지성인, 사상가들은 분연히 선봉에서 노하고 요동치고 싸워서 우리의 것을 우리의 것으로 되찾는데 자기를 바쳐야 할 것이 아닌가?

이것이 하나의 원칙이요, 또한 민주적인 당연인 것이다.

무릇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새해에는 부디 정신 똑바로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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