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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북도 중앙도서관장

해변의 풀들이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듯 나도 여름 태양에 순응키로 했다. 태양-달-지구 순서로 배열되어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나기 전에야, 물이고 그늘이고 작열하는 태양을 온전히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몸은 후텁지근하고 마음까지 답답한 2022년 여름에는 책과 놀며 더위도 세상사도 잊기로 했다. 일어사전에 '놀다'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기다'로 풀이하고 있어 인용하였다.

적어도 하루에 한 권 이상씩의 책을 보기로 마음먹고, 책상 위에는 읽어야 할 책이 대여섯 권 놓이도록 하였다. 어지간한 책은 다음과 같이 읽으면 하루 한두 권은 볼 수 있다.

1. 먼저 머리말과 맺음말을 분명하게 읽는다.

2. 목차를 죽 훑어본다.

3. 단락의 첫 문장만 읽어 나간다. (필요에 따라 끝 문장도 읽는다)

4. 장이나 절의 작은 제목도 읽고 도표도 본다.

5.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전체를 읽는다.

6. 아래쪽에 있는 각주는 선별해서 읽는다.

올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렸다. 비 오기 전에 부는 바람은 산 위에서 부는 바람처럼 아주 시원하다. 몽골 사람들은 예로부터 비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다는데, 비오는 날에는 고전(古典)이 운치도 있고 제격이다. 《톰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모두가 읽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안 읽는 책"이라 했고, 종교학자 정진홍은 "고전은 모두가 읽어야 하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 했다.

저널리스트이자 독서가였고 '고양이 빌딩'으로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는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층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서적, 적어도 500년이나 1천 년 정도의 시간 속에서 검증을 받고 후세에 남겨진 책이라야 고전이라 할 수 있다"고 평했다. 다치바나가 어떤 글을 쓸 때에는 사전에 50~100여 권의 관련 서적을 읽었다고 한다. 집 근처 공공도서관에 있는 그의 책을 모두 빌려다 봤다. 믿음도 가고 얻을 것도 많은 지(知)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어느 저명한 학자도 그와 같은 책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1천500자 내외의 졸필을 쓰기 전에 관계 책자를 채 10권도 읽지 않았던 졸렬함이 엄습하여 얼굴이 화끈거렸다.

복중(伏中) 독서를 하며 가끔은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와 같은 기쁨을 맛보았는데,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논리철학논고》가 한 예이다.

그 명저는 "세계는 일어나는 일들의 총체이다"로 시작하여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로 끝을 맺고 있었다.

"올바른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올바른 원칙을 배운다. 그는 사랑이 보호와 배려와 충성과 희생을 의미한다는 것을 배운다. 그것은 부모로부터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어서가 아니라 그의 뇌가 무의식적인 작용으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정보를 몇 가지 규칙적인 원형으로 압축시키기 때문이다."

토머스 루이스 등 세 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쓴 《사랑을 위한 과학》에서 만난 문장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구절과 겹치면서 감동의 긴 여운을 남겼다.

"행복한 가정은 살아가는 모습이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괴로워하는 법이다."

이번에 읽은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독립투사 장건상 선생의 '국회의원 출마의 변'이었다.

"나를 국회로 보내주시오. 거기에 가서 앉아 있을랍니다. 경로당에 가서 앉아 있기엔 아직 나이가 이르고 막노동을 하기엔 나이를 너무 먹었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앉아 있을 곳은 국회밖에 없을 것 같아 이렇게 출마를 한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이성의 법칙', 부처의 '무애', 공자의 '중도', 장자의 '진정한 자유', 빅토르 위고의 '인도주의', 월트 휘트먼의 '자연주의', 헨리 소로의 '간소한 생활'을 다시 한번 천천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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