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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6.09 16:50:16
  • 최종수정2025.06.09 16:50:15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커다란 캔버스에 붓 자국을 남기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처럼 인생도 다채로운 여정을 거친다. 스스로 삶을 위해 깊이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나아간다. 이에 걸맞은 노력도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성공과 기쁨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대로는 인생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어느 날, 가까운 지인이 필자에게 울먹이며 질문을 했다.

"안 좋은 일을 잊는 법이 없을까요?"

부단히 열심히 살아왔지만, 가슴 아픈 일을 겪은 지인이기에 그 질문을 듣고 걱정과 더불어 마음 한곳이 아려왔다. 나 역시 시련의 시간을 겪은 바 있다. 잔잔한 일상을 보내다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이 어느 순간 폭우가 몰아닥치듯 찾아왔기에 감당하기 벅찼다. 실낱같은 희망을 간신히 부여안고 어떻게 해서든 이겨내리라 마음먹으니 끝이 없을 것 같은 길었던 시간이 서서히 지나갔다. 그리고 무너지지 않고 견뎌낸 고된 시간이 삶의 자양분이 되었다.

다시 비슷한 일을 겪더라도 지혜롭게 해결하는 힘이 생겼다. 처음 겪었기에 누구나 처음은 힘든 것이라 스스로 위로해 본다. 시간이 많이 지나 되돌아보니 한 페이지의 흑백 만화책처럼 여운을 남기며 넘어갔다. 시간이 지난다는 것은 서서히 안 좋은 기억도 잊힌다는 의미이다. 지인에게도 그렇게 답하고 싶다. 살아가면서 좋은 일만 있다면 역으로 발전이 더디다는 것도 혹독한 시련을 겪었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은 슬프지만, 지인 역시 힘든 시간을 견디며 부디 커다란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를 바랄 뿐이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Oscar-Claude Monet, 1840-1926)는 어린 시절부터 외젠 부댕으로부터 미술교육을 받았다. 외젠 부댕은 야외에서 풍경화를 그렸던 화가였다. 이후 르누아르와 피사로를 만나 친분을 쌓았다. 배우고 교류했던 화가들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 이후, 찰나의 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포착하여 그 순간을 화폭에 담는 독자적인 양식을 구축했다. 이러한 화법을 '인상주의'라 한다. 모네는 인상주의의 창시자로 명성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인상주의 화법으로 사물을 서정적으로 표현하였으며, 기존의 전통회화의 기법에서 탈피해 당대는 물론 현대미술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모네는 말년이 되어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을 잃어간다. 화가로서 눈이 점점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당당히 걸어 나갔다. 작품활동을 이어나갔으며 1910년 이후의 작품은 형체보다는 빛의 감각에 더욱 집중해 말년의 작품은 특유의 우아하고 서정적인 감성이 깊어졌다. 1912년부터 1914년에 그려진 그의 대표작 '수련'시리즈에서 그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작품에서는 시력을 잃어간다는 불안과 우울함보다 낭만과 가슴 벅찬 감동이 스며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우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삶에서 좋지 않은 일을 겪는다. 그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이 인생을 잠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그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함으로 더 희망찬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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