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지난 여름, 허리를 다치고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걷기가 힘들었다. 일상생활을 해야하니 통증을 감내하며 억지로 걸어 다녔다. 어린 자녀를 학교 및 학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아파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걷는 속도는 매우 느렸다. 일찍 나서므로 속도는 상관이 없었다.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일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었다. 허리를 다치기 전에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짧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허리를 다친 이후 걷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다 건너기 전에 빨간불로 바뀌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팡이를 짚고 다녔기에 허리가 아픈 것을 이해해주는 운전자도 있었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이유를 모르는 이들이 더 많으므로 빨리 건너지 않으면 답답해하며 클락션을 울렸다. 아마도 나를 눈치 없이 느리게 걷는 사람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가까운 지인이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면 어떨지 제안을 했다. 지팡이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다는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다른 이유로 배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조언이었다.

양심상 그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스로 허리가 아프고 느리게 걸어 다녀서 오해받는 상황을 몸소 겪어 보니 운전자의 생각이 이해됐다. 나 역시 운전을 하면 천천히 걸어 다니는 이들을 오해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딘가 불편한 곳이 있기에 느리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수업 전에 독서를 한다. 집에서 책을 한두 권씩 가져와 책을 읽는 유익한 시간을 가진다. 매일 한 권씩 책을 가지고 가던 아이는 어느날 두 권의 책을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나는 한 권이라도 시간 내에 제대로 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권만 가져가도록 지도했다. 다음 날에도 두 권을 가져가겠다고 하기에 왜 두 권을 꼭 가져가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이유는 짝이 바뀌었는데 같은 책만 가져오는 친구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과 책을 바꾸어 읽었는데 자신이 가져간 책도 다 읽게 되어 그 친구에게 새로운 책을 읽게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두 권을 가져가고자 한 것이었다. 아이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독서'라는 유의미한 시간에 같은 책을 읽으며 지겨워했을 친구를 위한 배려심 깊은 행동이었다. 처음부터 이유를 물어봤더라면 책을 두 권씩 챙겨주었을 거라는 미안함과 아쉬움이 남았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여름 허리를 다치며 불편함을 느꼈다. 느린 걸음으로 다녔지만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보이지 않는 불편함이 누구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병원에 다니며 같은 처지의 아픈 사람들을 자주 접하며 다양한 이유에서 다칠 수 있으며 건강하던 이들도 찰나의 사고로 불편한 신세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더 겸허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아이에게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기를 바라는 마음은 물론 부모로서 올바른 마음이다. 그러나 두 권의 책을 가져가는 이유를 미리 물어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안함이 남는다. 아이의 행동과 판단 역시 그에 따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스스로 하는 생각이 옳을 때도 있지만 모든 상황에서 내가 인지하지 못한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 깊은 과정이라 생각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