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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왼쪽 손가락을 다쳤다. 약국을 나서는 중 아이와 뒷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며 다른 생각을 하다 손이 미처 다 나오기도 전에 문이 닫히며 손가락이 끼이는 일이 있었다. 순간 정신을 잃을 듯 고통스러웠다. 손가락이 눈에 띄게 부어오르고 손톱에는 검붉은 피가 차올랐다. 저녁 시간에다 아이가 있어서 바로 병원을 가지 못했다. 다음날이 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혼자만의 생각에 고통을 참으며 하룻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병원의 진료를 받고 손가락에 깁스를 하고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진통제를 먹으니 고통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에 지장이 생겼다. 당장 씻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이 가장 불편했고 키보드의 자판을 치는 일도 속도가 매우 더디게 되었다. 또 손이 다친 와중에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이 생겨 마음이 몹시 심란했다.

가까운 작가님 중 민화로서 행복을 표현하는 분이 있다. 그림에 있어 보이는 행복은 화려하고 눈에 잘 띄는 모란으로 그리고 모란과 잘 어우러지도록 네 마리의 투명한 토끼를 그려 보이지 않는 행복을 표현했다. 처음 그림을 직면했을 때 토끼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보아야만 토끼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전통적 의미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은 가시적인 행복에 대한 표출일 것이다. 그러나 지혜로움, 건강과 장수를 나타내는 토끼는 우리 삶 가까이 있지만 작가가 그림 속에서 투명함으로 그려낸 것은 우리가 평소 삶 속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이 그림은 물질적 풍요로움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까운 곳에서 작은 행복을 찾고 그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의미여서 시사 하는 바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며 몇 년 전 읽었던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하버드 재학생을 비롯한 수백 명의 대상자를 장기간 세밀히 연구한 결과 행복의 조건은 모두 일곱 가지로 축약된다. 고통에 대한 방에 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이다. 첫 번째 조건인 ‘고통에 대한 방어기제’는 우리 삶에 있어 행복을 더 가까이 느끼는 심리적 요소와 일맥상통한다. 그 가운데 성숙한 방어기제란 본 저서에서 이타주의, 억제, 승화, 유머, 예견 등으로 나타난다.

비록 손을 다쳤지만 일에 점차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주위의 배려로 빠른 속도로 쾌차하고 있다. 여러 일에 지장이 생겨 속상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니 더 크게 다치지 않음에 감사하고 도움과 배려를 건네는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에 가까운 삶이라 여겨진다.

조지 베일런트가 말하는 성숙한 방어기제는 어려움을 겪더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심리적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손을 다치며 생각했던 비관적 생각들을 정리해보니 오히려 몰랐던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 기회인 것 같다. 행복이란 거창하고 멀리서만 바라볼 수 있는 허황된 것이 아니다. 삶에 가까이 있지만 너무 익숙해서 잘 모르고 있던 일상의 작은 행복, 그 소박한 행복을 찾아본다면 단편적 생활의 일부에서 인생의 즐거움과 고마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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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