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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얼마 전부터 지인이 주신 구피를 키우고 있다. 작은 열대어인 구피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잘 자라고 있다. 두, 세 마리만 키워도 좋은데 인심 좋은 지인이 암수 구피 각 두 마리를 포함해 새끼 구피까지 총 30여 마리를 주셨다. 많은 기왕 많은 구피를 키우게 되었으니 잘 키우겠다는 다짐으로 어항, 여과기, 온도계, 사료, 자갈, 수초 등 하나하나 꼼꼼하게 구입했다.

유치원생인 아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키우게 된 것인데 아들의 관심은 단 하루뿐 구피를 키우는 모든 일은 나의 몫이 되었다. 키우는데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물을 갈아주는 일이 손이 많이 갔다. 구피를 옮겨놓고 어항의 물을 뺀 뒤 자갈을 깨끗이 씻고 쌓여있던 노폐물도 빼준다. 여과기도 스펀지까지 분리하여 깨끗이 씻어준다. 그리고 하루 전 준비해 놓았던 물을 넣고 구피를 깨끗해진 물속으로 넣어준다.

어항 속을 노니는 구피를 바라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른다. 여과기의 물살을 즐기기도 하고 바닥에 있는 자갈을 콕콕 쪼기도 하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인다. 어느 날, 암컷 구피 한 마리가 배가 많이 불렀다. 사료를 많이 줘서 그렇다기에 다른 구피들은 정상적이었다. 임신을 한 것이 분명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신경질적으로 헤엄을 치다가도 구석에서 힘들다는 듯 쉬기도 하고 갑자기 어항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기도 했다. 힘들어하는 모습은 사람과 비슷했고 도와줄 방도가 없어 안타까웠다.

며칠 후 어미 구피는 출산을 했다. 난태성인 구피는 여느 어류와 달리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는다. 이른 아침 시간 식사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고, 같은 시간, 어미 구피는 새끼를 낳고 있었다. 남편의 출근 및 아이의 유치원을 등원시키고서야 비로소 새끼를 낳는 구피를 보기 위해 어항 앞으로 갔다. 새끼를 많이 낳는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어 내심 기대를 했다. 어미 구피는 몰라보게 날씬해져 있었다. 사료를 주니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새끼 구피가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자세히 보니 물벼룩 만큼 작은 새끼가 자갈 틈에 숨어있었다. 무심코 자갈 밖으로 나왔다가 성체 구피들로 부터 공격을 당하기 일쑤였다. 도망치는 새끼 구피를 얼른 꺼내 다른 어항으로 옮겨 담았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니 구피는 새끼를 낳으면 잡아먹는 특성을 가졌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그리고 더 일찍 일어나 새끼를 낳는 구피를 돌봤더라면, 나의 무지와 게으름에 작은 새끼 구피들이 잡아먹힌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 죄책감마저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두 마리의 새끼 구피가 작은 어항을 파르르 헤엄치는 모습이 안쓰럽다. 임신에 힘겨워하던 어미 구피도 유유히 어항 속을 헤엄치며 일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열대어를 처음 키우는지라 모르는 것이 많고 하나하나 겪어가며 배우고 함께 성장하게 된다. 어항 속의 평화로운 구피들을 바라보니 잡념이 사라진다. 어떻게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른 채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생명체를 키우는 즐거움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구피는 일상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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