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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오래전 교육대학원에 재학하며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바 있다.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하고 배우기 위해 눈망울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으며 보람을 느꼈던 추억이 있다. 다양한 아이들을 접했지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그림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러나 크레파스로 밑그림을 색칠할 때 아주 연하게 색칠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크레파스를 아끼기 위함이 확실했다.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크레파스로 채색을 하는 이유는 소근육을 기르고 색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근육이 발달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글씨쓰기나 손으로 하는 활동에 도움이 되며 지능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미적 감각을 익히는 것도 미술교육에 있어 중요한 발달과업이다. 때문에 그 아이에게 꼼꼼하게 진하게 채색해 보기를 권유했다.

그러나 그 아이는 '크레파스를 다 쓰면 엄마가 사주지 않겠다.'라고 했다며 연하게 색칠하는 것을 고집했다. 다 쓰면 선생님이 새 크레파스를 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믿지 않고 끝까지 연하게 색칠을 했다. 어느 날 크레파스를 다 쓰지 않았지만 그 아이에게 새 크레파스를 선물했다. 비로소 그 아이는 꼼꼼하고 진하게 색칠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많이 색칠할 수 있어 나 역시 행복했다.

시간이 흘러 필자는 아이 엄마가 되었고 집에서 아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유아기 아이에게 가장 좋은 책을 마음껏 찢을 수 있는 책이라 판단되어 아들에게 신문지를 한 묶음 갖다 주고 마음껏 찢도록 했다. 신문지를 찢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오래전 그 아이가 불현듯 생각났다. 종이접기를 가르쳐 준 뒤 색종이로 접어보기를 연습해보라고 했는데 신문지를 잘라서 접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색종이와 크레파스를 절약하는 모습에 교육적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 다소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다 보니 가르칠 때만 보였던 아이들의 모습보다 훨씬 재료들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색종이를 사주면 올바르게 쓰기보다 찢거나 구기기 일쑤였고 크레파스나 색연필 등의 채색 도구 역시 실제로 사용하기보다 부수거나 파손되어 못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레파스를 사주지 않겠다던 아이의 어머니가 극단적이지만 아이를 키우며 비슷한 상황을 겪다 보니 그 마음을 작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채색이나 종이접기 등 교육적으로 잘 사용되어야 하지만 불필요한 낭비는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력히 든다.

독일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절약 교육이 실현된다.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절약 교육은 아이가 3살 무렵부터 경제 교육을 시작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팔고 필요한 물건은 중고로 구매하기 등 근검절약의 태도를 아이들에게 몸소 보여준다. 따라서 국내보다 플리마켓이 더 많이 형성되어 있고 아이들이 참여해 경험하기도 한다. 이렇듯 경제 교육에 중점을 두는 독일 부모들은 용돈을 절약하는 습관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교육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물건을 아껴 쓰는 습관은 자연스레 생겨난다. 더불어 독일 정부는 13세가 되면 법적으로 아르바이트가 할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고 이들이 18세가 되면 비로소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진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이들에게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해 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이 크고 소비나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절약 정신이 독일만큼 강하지는 않다. 그러나 유아기부터 물건과 소비, 그와 직결된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인 절약뿐만 아니라 환경적 문제와도 직결된다. 물질 풍요의 시대에서 무엇이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아껴 쓰는 절약 교육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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