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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26 16:43:45
  • 최종수정2020.02.26 16:43:45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가장 무서운 사람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아니고 책을 많이 읽은 사람도 아닌 단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는 인상 깊은 명언을 남긴 바 있다. 단 한 권일지라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못된 신념을 가질 이유조차 없지만 단 한 권의 책은 자신의 신념만을 가지고 아집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한 권의 책' 이란 책의 권수보다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의 분야를 뜻한다. 필자 역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많은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소장한 도서와 도서관 대출도서를 바탕으로 면밀히 분석해 보니 주로 현대미술이나 미술이론 등의 전공 서적이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실용서에 국한된 경향이 크고 소설류는 거의 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분야의 책을 읽는지 분석해 보는 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특히 전공 서적을 많이 읽었던 까닭은 한 분야라도 전문적 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미술 분야는 광범위한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것을 배우거나 독서를 할 때 기본적인 도움이 되었다. 실용서는 취향의 영향이 큰 듯하다. 한때 심리학과 철학 분야 책을 즐겨 읽었는데 마찬가지로 당시의 취향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분야의 책을 주로 읽다 보니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결과적으로 책을 읽는 분야는 관심도와 취향의 이유로 축약된다. 이는 한 분야의 지식을 쌓기에는 충분했지만 일정 분야의 책을 편협하게 읽다 보니 생각의 유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미술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거의 문외한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다른 분야의 책을 도전해 보고자 생각했고 우선 역사와 부동산 관련 도서를 읽기로 결심했다. 역사의 경우 미술사와 연관된 부분이 많아 쉽게 읽혔지만 부동산 관련 도서는 용어조차 생소해 읽고 해석하기 어려웠다. 이 분야의 도서 가운데서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풀어쓴 책은 쉽게 읽히기도 했다. 쉬운 책을 읽은 뒤 무거운 짐과 같이 느껴지던 그 다음의 용어나 해석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생각을 넓혀 간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다.

다른 분야의 독서를 하며 생각한 점은 독서란 삶의 간접경험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모든 것을 경험으로 얻어질 수 없다. 시간적, 경제적 여유에 있어 한계가 있으므로 이러한 직접 경험이 아니더라도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기존의 지식적 한계를 극복하고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다. 미술을 전공한 필자가 심리학과 철학 관련 도서를 읽으며 무엇이 더 나은지 상황판단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되었고 역사와 부동산 서적을 통해 세상의 이치에 대해 배우고 사회적 지식 또한 확장되어 감을 절감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양한 취미를 익히는 것과 같이 더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여러 분야의 독서를 통해 '단 한 권의 책'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골고루 섭취해야 우리 몸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음식처럼 독서 역시 여러 분야의 책을 통해 다양한 사고와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더 폭넓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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