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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올여름, 장마로 인한 습한 날씨에 미끄러운 계단에서 넘어지며 허리를 다쳤다. 계단에서 뛰어가는 아이를 따라가기 위해 같이 뛰어 내려가다 습기로 인한 계단의 미끄러운 부분을 밟았고, 하필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미끄러워서 결국 계단의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치며 심하게 넘어지고 말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어나려 했는데 갑자기 큰 통증이 몰려오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이번에는 놀란 마음을 가다듬으며 일어나려 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앉은 상태에서 손잡이까지 기어간 다음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한 발짝씩 내디디며 집으로 향했다. 걸으며 철커덕거리는 뼈 소리와 심각한 통증에 직감적으로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병원에서 천추 뼈 골절 진단을 받고 통증 주사와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깁스를 못 하는 부분이라 빨리 낫지 않고 절대 안정하며 뼈가 붙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조심하면서 생활해 왔지만 다치는 것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 그렇기에 드라마나 소설보다 더욱 극적이다. 불편함을 견디며 마음도 피폐해짐을 느꼈다. 우선 몸이 불편하므로 사소한 일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기 일쑤였고 계단에서 뛰었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을 하염없이 후회하곤 했다.

골절로 인해 앉을 수가 없었고 눕거나 서 있을 수 있었는데 한번 누워버리면 일어나는 자체가 몹시 고통스러웠다. 더욱이 바로 누울 수 없었고 옆으로 눕는 것만 가능해서 밤에도 깊이 잠들지 못했다. 이 때문에 누워 있으면 한쪽 팔이 저렸고, 반대로 눕는 것도 고통스러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걷는 것은 더 힘들었다. 또 허리를 숙일 수 없으니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진통제를 복용해도 2시간가량 지나면 통증이 다시 몰려왔다. 계속 진통제를 복용할 수 없으니 고통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으나 가족들을 챙겨야 하므로 입원을 할 수 없었다. 자연히 삶의 질이 떨어지고 불편함을 온몸으로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에 적응되어갔다. 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요령껏 하게 되었고 생활하며 걸어야 할 일이 생기면 지팡이를 짚어가며 해결했다. 용기를 내서 외출도 하니 숨통이 트였다. 허리를 숙일 수 없으므로 물건을 들 때는 집게를 이용하고 식사는 서서 했다. 같은 일상이 반복되니 이러한 생활이 점차 익숙해졌다. 조금씩 여유도 생겨 아일랜드 식탁에서 서서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았고, 누웠다 일어날 때는 지팡이를 잡고 일어나니 한결 편해졌다. 막막했던 일상들이 현실로 다가오자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변화된 환경에 따라 알맞은 방법을 택하고 서서히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불편한 생활에 적응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동안 허리가 서서히 낫고 있음을 느꼈다. 아무래도 통증이 점차 줄어드니 급성기는 지난 듯했다. 매주 병원에서 X-ray를 찍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뼈도 조금씩 붙고 있었다. 앉을 수도 있게 되고 통증이 거의 없어질 무렵 병원에서는 진통제 복용을 끝내고 뼈가 많이 붙어서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했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병원에 이제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뛸 듯이 기뻤다. 힘들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아마 고통을 감내하며 언젠가 낫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 그 고통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고통스러웠던 감정들이 리셋되어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가을을 맞았다. 평범한 일상들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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