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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5.18 15:08:04
  • 최종수정2025.05.18 15:08:04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인간의 아름다움은 경외심을 주기 충분하기에 오래전부터 예술의 대상이었다. 그 자체로 형용할 수 없는 심미적 감동과 창작의 영감을 준다. 르네상스의 화가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는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미의 여신 비너스가 금빛의 긴 머리카락을 부드러운 바람결에 스치며 바다 위 커다란 조개를 타고 있다, 신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비너스가 바다의 거품에서 탄생한 모습을 묘사했다. 비너스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듯 서풍의 신과 꽃의 요정이 화면 왼쪽에서 바람을 불고 꽃을 흩날리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커다란 천으로 비너스를 덮어주려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후원 가문인 메디치가의 주문으로 그려졌으며 모델은 당대 최고의 미인 '시모네타 베스푸치(Simonetta Cattaneo de Candia Vespucci, 1453-1476)'다. 보티첼리는 이 작품을 그리며 시모네타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시모네타는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했지만, 평생토록 그녀를 그리워하며 짝사랑했다. 34년 후 자신이 죽음에 이르자 유언으로 그녀의 발밑에 묻어달라는 말을 남겼다. 작품에 그려진 시모네타는 비너스를 형상화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비단 아름다움은 예술작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욕구이므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오직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 외모에는 인품이 깃들어 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을 겪으며 우리는 비로소 사람의 '느낌'을 알게 된다. 그 느낌이라는 것은 수없이 축적되어온 데이터와 같다. 좋고 나쁨의 단순한 느낌,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느낌 등 사람이 주는 느낌은 다양하다.

타고난 외모가 훌륭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절제력이 부족했고 좋지 않은 인품을 가졌다. 무엇보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거만했다. 젊은 시절에는 아름다운 피사체와 같은 뛰어난 외모로 화려한 사회생활을 영위하며 삶에서 빛을 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년에 접어들며 외모는 점차 퇴색되어 갔다. 얼굴에서는 걸쭉한 기름처럼 탁한 기운이 느껴졌고 상대를 빤히 살피는 듯한 뱀과 같은 눈빛에 거부감이 들었다.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술, 담배 등 과도한 기호식품의 영향으로 피부가 검고 거칠었으며 입술마저 검었다.

그 검은 입술에서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언어는 듣기 민망할 정도로 자기 본위적이었다. 또, 폭언과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천박함마저 감돌았다. 그렇다 보니 주위 사람들과 마찰도 잦았다. 많은 이들이 처음에는 그를 이해하고 호의적으로 대했으나 어쩔수 없이 서서히 멀어져갔다. 외모만큼 인품을 갈고 닦았다면 빛나는 사람이 되었겠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서서히 패망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외모의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격조 높은 인품은 사람들의 좋은 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무르게 된다. 마음을 울리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언젠가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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