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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8.19 14:23:31
  • 최종수정2024.08.19 14:23:31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중세 말엽, 유럽은 흑사병과 30년 전쟁 등을 겪으며 슬픔과 삶의 덧없음을 경험했다. 특히 흑사병은 전염성이 강한 탓에 유럽 인구의 3분의1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가까이서 이유 없는 아픔을 경험한 이들은 극도의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르네상스 이후 17세기 네덜란드는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고 종교개혁이 이루어지며 비로소 현세의 삶에 대해 깊이 되돌아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 이전에 주로 그려졌던 인물화나 종교화 대신 여러 요소의 정물을 그리며 세속의 헛됨을 표현했다. 이를 바니타스 정물화라 한다. 바니타스(vanitas)란 라틴어로 공허함을 의미한다.

17세기 네덜란드는 무역의 발달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 계급이 성장했고 이들은 세계 각지의 진귀한 물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또한, 귀한 물건들을 그림으로 오랫동안 보존하고자 했다. 그림 속에는 얼핏 화려함과 부유함, 과시욕이 내포되어 있다. 현대인이 자신의 고급 소유물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물건들은 언젠가 시간이 지나 낡아지고 부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사유하게 된다.

주로 꽃과 보석, 풍성한 과일, 해골, 악기, 촛불, 모래시계, 드물게 젊은 여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꽃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기 마련이다. 화려한 꽃이 생명을 다하는 시간을 길지 않다. 젊은 여인도 마찬가지다. 누구에게나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지만, 그 젊음은 짧다. 우리는 황금기와 같았던 20대 시절은 불과 10년 정도이다. 이후 30대에서 50대 중·장년기를 20년 정도 보내고 50여 년간의 노년기를 보낸다. 시간이 지나며 짧지만, 인생의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그 풋풋한 기억 하나로 평생을 살아간다. 그 당시에는 몰랐던 젊음의 소중함과 시간의 유한함을 뒤늦게 깨닫기도 한다.

다채로운 꽃이 등장하고 진귀한 물건들이 정성스레 표현되어 있지만 허무함이 느껴지는 까닭도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며 부질없이 변질된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어서다. 그림은 멈추고 싶은 찰나의 시간을 기록하는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사물을 통해 사유하고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가지는 것이 바니타스 정물화에서 이야기한다. 17세기 유럽인은 현재보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사회적인 여러 경험을 통해 비로소 삶의 통찰에 이르렀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풍성한 과일은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해골은 죽음을 의미한다. 악기 역시 소리가 연주가 끝나면 소리가 소멸하는 의미를 지닌다. 촛불도 언젠가는 꺼지는 것이며 모래시계도 시간의 덧없는 흐름을 나타낸다. 바니타스 정물화에는 하나하나의 사물에 의미가 담겨있다. 의미를 되새기며 작품을 감상해 본다면 우리의 삶에 불필요한 욕심이나 타인과 비교에서 오는 상실감과 불편함은 멀어질 것이다. 인생은 언제일지 모를 끝이 있다.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오히려 더 소중한 시간을 아끼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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