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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3.20 13:47:43
  • 최종수정2022.03.20 13:47:43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일상의 아름다움을 서정적 특색으로 표현한 타샤 튜더(Tasha Tudor)에 나는 큰 영향을 받은 바 있다. 그녀는 글과 그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화가였으며 직업적 활동을 제외하고서도 자연주의 삶을 실현하며 그 안에서 양, 소, 닭과 강아지를 키우고 요리, 정원 가꾸기, 공예 등 생활 곳곳에 따스한 감성이 녹은 손길이 닿았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현대화된 생활에 메마름을 느낀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에게 기쁨과 힐링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남성의 경우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타샤 튜더는 미국의 부유층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의 이혼으로 15세 무렵 학교를 그만두었으며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신 자연 속에서 더 많은 행복을 누리고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인정받는 작가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 노년에 이르러 비로소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가로 인정받기 시작할 무렵 미국 버몬트에 버려진 농장부지를 사들여 30만 평의 정원을 가꾸었고 사계절 내내 꽃이 펴 '비밀의 화원' 이라 불리는 영국풍 코티지 가든(Cottage garden,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 시골 정원)으로 완성되어갔다.

그녀가 만들어 낸 작품과 일상의 모습은 심미성도 뛰어나지만 느리게 살아가는 여유와 100여 권의 동화책을 그리고 쓰며 자급 자족적으로 많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닮고 싶었다. 탸샤 튜더의 이야기를 처음 책으로 접하고 일상의 모습들이 변화되어갔다. 몹시 게을렀던 탓에 살림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귀찮기까지 했던 나는 책을 통해 초반에는 그녀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호기심과 미적 감정을 느꼈다. 후반부로 갈수록 그와 비슷한 취향을 조금이나마 가졌다는 점에서 일말의 상징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일과 살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나니 살림도 재미가 붙기 시작했으며 일에 대한 촉박함도 사라지며 비교적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본래 나는 선인장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으나 다양한 자료를 찾아가며 배우고 관심을 가졌더니 아보카도 씨, 호접란, 맛상게아나, 드라코 등의 식물을 키우게 되었다. 햇빛과 물만 주면 잘 자랄 것 같던 식물들은 적절한 온 습도를 유지하고 통풍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식물을 공부하며 몰랐던 사실을 깨우치며 한층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에 혼자 있노라면 역시 쉴 틈이 없다. 바느질과 뜨개질 삼매경에 시간을 불태우곤 한다. 쉴 틈이 없지만 힘들지는 않다. 즐거움과 위안을 주며 걱정과 잡념이 사라지는 치유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취미가 시간과 노력에 비해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수입을 창출하는 활동이 아닌 이상 대다수 취미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완성작에서 자신만의 감성과 특색이 묻어난 하나뿐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이 활동을 반복할수록 모든 예술에서와 마찬가지로 내면의 미적 감성이 취향과 성격이 반영되어 작품이 더욱 견고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일상의 한 부분 여긴다면 자신에게 닥친 활동들이 힘들지 않음을 깨닫곤 한다. 타샤 튜더의 동화 그림은 소박하면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자신만의 자연 속에서 꿈을 실현하며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 그녀의 삶에 숭고미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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