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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1.16 16:26:44
  • 최종수정2022.01.16 16:26:44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해마다 겨울이 되면 수십 년 전, 연말부터 시작된 길었던 겨울 방학이 가끔 떠오른다. 추위를 지독히 싫어했던 터라 겨울 방학만을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에 그 시절의 겨울에 많은 기억이 남아있다. 초등학교의 옛 명칭인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한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유난히 추웠던 교실에서 오직 난로 하나에 의지했다. 교실 가운데 위치한 난로에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언 손을 녹였다. 옷을 여러 겹 입고 솜이 가득 든 인형으로 된 두꺼운 실내화를 신기도 했지만, 추위를 이길 수 없었다.

겨울 방학이 되면 추위에서 해방되는 것과 동시에 늦잠과 개인적인 자유를 맛본다. 특히 겨울에 늦게 일어나게 되는데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원리와 같이 늦잠을 자는 것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낮이 짧고 밤이 길어지는 계절적인 이유에서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아침까지 남아있어 결과적으로 늦잠을 자게 된다는 것이다. 방학이 되면 억지로 일어날 필요가 없으니 조금 더 자더라도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주말에는 꼭 일찍 일어났다. 주말 아침에만 방영되는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책 대여점에서 만화책을 잔뜩 빌려 이불을 덮어쓰고 따끈한 방안에서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귤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나름의 즐거웠던 시간을 보낸 후, 방학 숙제는 항상 마지막에 번갯불에 콩 굽듯 다급하고 절박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일기가 문제였다. 항상 일과가 비슷했기 때문에 기억이 떠오르는 대로 다들 소설가가 되어 고뇌하며 많은 양을 한꺼번에 적었다. 시일이 많이 지나 일기 앞부분에 적는 날씨는 알 수 없으므로 친구네 집에 집 전화를 이용해 물어보기도 했지만 친구네도 사정이 비슷했다.

방학 동안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한 번 있다. 학교를 청소하러 가는 날이었다. 비상연락망을 통해 친구들과 연락해 함께 모여 청소하러 갔다. 남녀 할 것 없이 이산가족을 상봉한 듯 반가움에 겨워했다. 각자의 구역을 청소한 뒤 숙직실에 가면 담당 선생님께서 칭찬과 더불어 간식을 주곤 했다. 집으로 돌아오며 각자의 용돈으로 학교 앞 문구사에 들렀다. 이곳에서 소위 불량식품을 사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여학생의 경우 다이어리 꾸미기에 관련된 스티커나 각양각색의 펜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방학이 끝난 후, 각종 과제물을 들고 학교에 갔다. 교실 뒤편에 학습 내용을 기록한 접착메모지를 붙여 더 두꺼워진 탐구생활과 다채로운 만들기 과제 등을 전시해 놓았다. 다른 친구들의 과제에 관심을 가지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하고 영감을 받기도 했다. 방학 과제의 결과물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는 상을 주기도 했다.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학생은 한 학년에 한 명 정도 아침 조회시간에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교장 선생님께 대표로 상을 받았다. 학생들에게는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나도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예전보다 더 편리해진 시대에 살고 있음을 절감한다. 통신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화나 영상 등을 볼 수 있고 겨울철에만 먹었던 귤도 이제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과일이 됐다. 각 교육기관은 집처럼 따뜻하고 편리하다. 활동에 있어 계절적 경계가 사라져 일상생활 자체가 편하지만 간절함과 기다림의 여운이 있었던 옛 시절의 추억이 겨울이 깊어갈수록 더 따스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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