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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아이가 캠프를 간 날이 있었다. 간만에 자유를 만끽할 시간이 생겼다. 평소 부지런한 습관이 어린 시절부터 습득될 수 있도록 함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던 터였다. 아이가 잠을 자며 물을 달라거나 부채질을 해 달라고 하면 옆에서 편히 잘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다. 혹여 자다가 발길질이라도 하면 다시 잠들기 힘들었다. 캠프로 인해 단 하루, 간절하던 자유의 시간이 생겨 기쁘고 설렜다.

아이가 없는 침실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누렸다. 언젠가 읽으려고 쌓아놓은 책도 보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하니 새벽에 다다랐다. 짧고 아까운 시간이었지만 피곤함에 잠들어야만 했다. 침실은 개인적 사유의 공간이다. 집에 혼자 있노라면 침실에 누워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주로 누워있는 시간이 많은데 게을러서가 아니다. 침실은 가장 평안해야 할 공간이므로 서 있든 앉아있든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누워서 한동안 가만히 있다 보면 외부에서 쌓였던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진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고흐(Vicent van Gogh, 1853~1890)는1888년부터 1889년까지 세 가지 버전으로 '아를의 침실'을 그렸다. 그리고 테오에게 자신의 침실을 스케치로 그려 편지로 보냈다. 그의 편지에는 단순한 색상을 적용하여 자신에게 필수적인 휴식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고흐는 침실에서 꼭 필요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화면 속에서도 고흐의 내면이 느껴진다. 그림자가 없는 가구와 사물에서 비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방의 모습을 형상화하기 때문이다. 특별함이 없는 침대와 의자, 테이블에 놓인 자잘한 물건들, 벽에 걸린 간소한 옷가지가 평범하다. 침실은 잘 정돈되었고 아늑하다. 그 공간 안에서 잡념 없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래의 목적은 폴 고갱이 아를로 오는 것을 반기는 마음에서 그려진 그림이다. 동생 테오에게 평소 존경했던 고갱을 아를의 집에 와서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부탁한 바 있다. 고흐가 고갱에게 보낸 편지에도 이 침실을 스케치로 그려 보냈다. 함께 머물 공간을 미리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작품 속에서는 사물들이 쌍을 이루고 있다. 침대 옆에 걸린 액자, 그 아래 붙어있는 편지, 침대 위의 배게, 침대를 향해 놓인 의자, 화면 양옆의 문이 각 두 개씩 이루어져 있다. 평생 외로움을 겪었던 고흐는 고갱이 올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작업에 임했다.

1888년 10월 23일, 드디어 고갱이 고흐의 집으로 왔다. 그러나 두 달 만에 불화가 생겨 고갱은 떠나고 말았다. 이 충격으로 이듬해 고흐는 생래미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곳에서 '아를의 침실 두 번째 버전과 세 번째 버전을 그렸다. 첫 번째 작품이 따스하고 아늑한 색감으로 표현되었지만 갈수록 푸른빛이 감도는 차가운 색으로 변모한다. 고흐는 고갱을 그리워했다.

세 번째 작품을 그린 후 10개월 뒤 고흐는 세상을 떠난다. 그림 속 침대 앞에 걸린 풍경화에는 나무가 그려져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에 비해 마지막 작품에서의 나무는 빈약하게 묘사되어있다. 나무는 곧 자신이다. 현실과 양립할 수 없었던 불안정해 가던 자신을 부여잡으며 끝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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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