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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7.22 14:41:11
  • 최종수정2024.07.22 14:41:11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아름다운 여인상과 홀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여인상에 거품의 여신이라는 의미인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또한, 날마다 입을 맞추고 옷도 갈아입히는 등 혼자만의 사랑을 키워갔다.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만 갔다. 이 여신상이 진짜 사람이 되기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품었다. 피그말리온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여인상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다. 그 기도에 감동한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신 에로스를 보내 갈라테이아를 살아있는 사람으로 변하게 해 주었다. 이후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는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이다.

피그말리온의 사랑 이야기는 이후 많은 예술과 문학의 소재로 재탄생 되었다. 한없이 갈구한 사랑이 끝내 이루어지는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가슴 벅찬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이 속담이 사랑이나 인간관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구애도 3번 이상 하거나 여러 번의 연락과 집요한 만남 요구와 같은 끈질김은 범죄행위의 일종이다. 따라서 나는 일방적인 사랑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피그말리온은 갑작스레 인간이 된 갈라테이아의 의중을 묻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쳤을까. 상대의 의중이 생략된 것은 신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사람으로 변한 갈라테이아가 피그말리온을 사랑했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이 인간이 되도록 해준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시 일방적인 사랑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움과 미안함이 양립했을 것이다. 그녀는 최선의 대안을 찾을 수 있었을까. 결국, 사랑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준 피그말리온과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갈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고립보다는 함께하는 삶을 택하게 된다.

피그말리온을 사랑하지 않는 갈라테이아를 고립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가장 좋은 방법은 헤어지는 것이다. 피상적으로 매우 간단한 일이지만 쉽지 않다. 혈혈단신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기란 피그말리온 외 가족이나 지인 등 의지할 사람이 없다. 고립에 따르는 외로움과 경제적 상황, 홀로서기의 어려움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슬프게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실 우리는 현대사회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목격하곤 한다.

예를 들어 보육원에서 자란 어린이나 청소년은 만 18세가 되어 자립하여 퇴소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500만 원의 자립금이 주어지는데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는 관계로 자립하기에 시간과 적응이 더 필요하다. 경제적으로도 취업이 되지 않는 이상 부족한 금액이다. 따라서 고립된 이들을 악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비단 보육원의 퇴소생의 문제만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고립시키기도 한다. 그루밍 범죄나 가스라이팅은 오늘날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상대를 고립시킨다는 것은 본인 역시 파멸로 이끌고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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