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지난여름 허리가 골절되는 사고를 겪은 후, 몇 달이 지났지만 다치기 전처럼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허리가 아프기 일쑤니 단순한 일상생활 이외에 짐을 들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움직임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꼼짝없이 할 일을 제대로 못 하고 타의로 게을러진다. 모든 일에 의욕이 나지 않는다. 내심 답답하여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허리가 아프고 나서부터 세상에 도태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자포자기한 심정이 앞서 현실에 수긍하고 만다. 심하게 다치거나 신체적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반대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존경과 경외심으로 감동 벅찬 뭉클함을 느낀다. 삶에 대한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이 탑재되지 않은 이상 매우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신체의 불편함을 이겨내는 것은 '희망'이라는 신이 정성스레 빚어낸 극도의 아름다운 선물을 부여받은 것과 같다.

나의 경우, 조금 불편하더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안함에 할 수 있는 일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편이다. 허리가 아프기에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혼자만의 위안에 커다란 의미부여를 하고, 더불어 안도감을 느끼고 할 수 있는 일마저 하지 않게 된다. 이 사이클이 반복될수록 게으름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으로 고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은 공존하기에 게을러지는 스스로가 실망스럽고 야속하다. 이러한 상황들이 끝나지 않을까 봐 불안하고 두렵기도 하다. 게으름을 자각하고 있으며 그 고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심리적 압박감은 가속화된다.

몇 달을 게을리 보내며 깨달은 바가 있다. 먼저 몸이 아파 쉬게 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이 시기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후에 건강 상태가 회복되어 일을 조금씩 할 수 있지만 아프면서 겪었던 게으름에 중독되어 그 나른한 휴식을 즐기게 된다. 게으름에 대한 중독은 너무나 무섭고도 아름다운 것이다. 벗어나고 싶지만 한번 경험한 편안함은 일에 대한 의지를 처참히 무너뜨리고 만다.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더 게을러져 간다는 것이다. 몇 시간을 게을리 보내다가 어느덧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무의미하게 지나게 된다.

현재 글을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노트북을 꺼내 들 의지가 없다. 그러나 친구나 지인들이 커피를 마시자거나 만나자고 하면 나도 모르게 부랴부랴 집을 나선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을 하는 자신에게 소스라치게 놀란다. 외출 가능한 정도의 건강 상태와 체력이라면 글을 쓰는 일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나태함과 게으름에 일을 하는 것은 미룰 수 있는 한계치까지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원고 마감이 임박해서야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후회를 하며 글을 쓴다. 그렇게 긴박하게 쓴 글은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다시 밤을 새우며 마음에 드는 글을 쓴다. 건강하지 못한 삶의 자세이다.

'게으름'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지만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고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게 되어 삶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게으름은 너무나 매혹적이기에 부지런해지기 위한 계획도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된다. 더불어 평소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을 매사에 벼락치기 하듯 조급히 하게 되므로 규칙적인 일상의 패턴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게으름을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보다 의지력이 중요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정 계기로 게을러졌다면 다시 본인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강한 동기부여와 부단한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