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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코로나 19로 인해 밖을 나가지 않으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주로 뉴스를 시청하거나 신문을 읽는 편인데 집에 오래 머물수록 사회적 사건들을 더 많이 알게 된다. 좋지 않은 점은 요즘 연달아 보도되는 아동학대 사건에 가슴을 세게 맞은 듯 마음이 매우 울적하고, 이로 말미암아 점차 무기력해진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차라리 보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난 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간신히 식사를 해보았지만, 목에 넘어가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모두 잠드는 조용한 시간, 일을 하거나 글을 쓰면 시간이 유용하게 활용되겠거니 생각했지만 우울함과 무기력함으로 그 무엇조차 할 수가 없었다. 에너지가 전혀 없고 집중력이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잠이 오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컨디션을 회복하고자 평소 좋아하던 서양미술사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평소와는 달리 잘 읽히지 않았다. 마치 난독증처럼. 억지로 읽으려 애를 쓰니 매너리즘에 빠지기만 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더 침체되는 것 같아서 가까운 닥종이 작가님께 연락을 드렸다. 가정학을 전공한 닥종이 작가님은 바느질과 뜨개질에도 능해 늘 배울 점이 많다. 작가님께서 최근 연잎 다포를 만든다며 원단을 둥글게 잘라 바느질을 바로 할 수 있도록 선을 그어놓은 바느질감을 선물로 주셨다. 평소 바느질을 좋아하던 터라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닥종이 작가님의 또 다른 취미는 뜨개질로 수세미를 제작하는 것이다. 복주머니 모양으로 수세미를 만들어 아이들 세뱃돈을 담아 줄 생각에 들뜬 작가님의 모습이 아주 행복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한가지 기법으로 반복해서 뜨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아름다운 모양을 내며 뜨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작가님께 방법을 여쭈어보았다. 그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셔서 급히 재료를 구비 했지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음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수세미 만들기에 도전했다. 편물 기본서를 찾아가며 한 가닥을 뜨고 또 찾아보며 한 가닥을 뜨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했다. 수세미를 뜨는 실 특성상 바늘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잘 보이지 않아 풀었다가 다시 하기를 반복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하나를 만들었다. 소요된 시간은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였다. 같은 모양을 하나 더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 만들었던 것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다 보니 두 번째로 만들 때 시간이 줄어들어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세 번째 반복적으로 만들었을 때 정확히 25분이 걸렸다. 거의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이윽고 아이가 유치원에서 하원 할 시간이 도래해 뜨개질에서 손을 놓았다. 수세미 3개를 만드는데 4시간 25분이 소요된 셈이니 가성비로 말하자면 몹시 형편없다. 그러나 새로운 무언가를 습득하며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 순간만큼 잡념이 사라지고 한결 마음이 평온해진다. 점차 울적함도 사라졌다. 남편이 퇴근 후 집안일을 왜 해놓지 않았느냐고 화를 낸다. 수세미 3개를 만드느라 시간이 소모되었다고 하니 믿지 않는 눈치다.

미국의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몰입은 즐거움을 주며 자기충족적 특징을 지닌다고 한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은 마음의 휴식이 된다. 스스로가 행하는 자기 만족적 휴식이기에 더욱 가치 있게 여겨진다. 울적할수록 마음의 위안을 얻고 희망을 바라보는 오롯한 집중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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