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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5살 유치원생 자녀를 키우다 보니 양육에 대한 고민이 여간 많지 않다. 아이가 떼를 쓰고 막무가내로 행동할 때가 있지만 그 차가운 도도함이 너무 귀엽게 느껴져 크게 나무라지 못할 때도 많다. 아이 본인이 하고자 하는 대로 자란다면 버릇이 나빠지지는 않을지 부모로서 전전긍긍 하는 반면 심하게 나무랄 경우 아이의 자존감이 상실될까 염려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심을 잡고 잘못된 부분을 원 포인트로 알려주려 노력하지만 아이가 장난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나 역시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양육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학창시절의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타인에 대해 상처를 주는 말과 언행을 일삼곤 했다. 필자 역시 그 친구에게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어 학창시절의 모임을 갈 일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친구가 온다고 하기에 껄끄러운 마음이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고 학창시절에는 누구나 미숙함은 있었다고 생각되어 그 모임에 가 보기로 결정했다.

 모임 장소에 도착하니 먼저 온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을 대상으로 거의 반 강제적으로 본인의 일을 영업하고 있었다. 필자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본인의 일을 영업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대뜸 학창시절 모습 그대로 나에 대한 비난을 하는 것이었다. 비난의 사유는 게으름이었다. 당시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고 학업과 논문,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었던 터라 그러한 비난을 들으니 속이 상했다.

 알겠다고 하고 넘어가려 하는데 그 친구는 타인의 말을 대충 들으면 발전이 없다며 또 다시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더 이상의 비난을 듣기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발걸음을 집으로 돌리려는데 그 친구가 나를 붙잡았다. 비난에 대한 사과를 하려는 것일까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다시 그 친구는 나를 비난했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옹졸하다는 이유였다. 이 비난으로 인해 친구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완전히 버리게 되었고 그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그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모르는 번호라 엉겁결에 받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심하게 울며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사과를 하며 울기까지 하니 마음이 누그러져 그 친구의 사과를 받으며 나도 옹졸했음을 이야기 하고 게을러 보였다면 더 열심히 살겠노라 이야기를 했다.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점은 그 친구가 상처가 많았다는 것이었다. 원하는 공부를 하고자 했을 때 현실성이 없다며 어머니가 반대를 했고 옷, 머리카락 길이 등 하나하나 간섭과 통제를 해서 힘들었다는 것이었다.

 다소 자유분방했던 그녀에게 고통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딸을 올바른 방향으로 키우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딸의 올바르지 못한 점을 바로잡고자 했던 말과 행동이 그녀에게 스트레스가 되었고 내재된 고통과 더불어 어머니가 딸을 나무라듯 타인의 단점을 비난하듯 말 하게 된 것이었다.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하고자 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그 방법이 아이에게 득이 될 것인지 실이 될 것인지를 잘 판단해야만 한다. 흔히들 자녀 문제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미숙한 인격체가 자라며 성인이 되는 과정까지 부모로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딸을 잘 키우고 싶었던 친구의 어머니의 마음도 잘못된 방법이었으나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자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며 부모로서 중심을 잡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어머니의 역할은 몹시 어려운 일생의 숙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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