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적 욕구와 그 악이용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Maslow)는 인간의 욕구 단계 이론을 정립했다. 인간은 다양한 욕구를 가지며 기본적 욕구와 더불어 고차원적인 욕구를 동시에 가진다. 가장 하위단계의 욕구인 생리적 욕구를 시작으로 안전(안정)에 대한 욕구,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5가지의 욕구를 연구했다. 이 욕구 가운데 가장 상위 욕구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이후 욕구 위계를 더욱 확장하여 인지적 욕구, 심미적 욕구를 포함했다. 그리하여 모두 7가지의 욕구 위계를 구성하게 되었다. 매슬로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 가운데 가장 고차원적 상위개념의 욕구가 바로 심미적 욕구이다.

위의 연구결과에도 나타나듯 인간은 존재 욕구로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은 예술적 표현과 인본주의를 발전시켰다. 아름다움은 문화 예술적 성장과 발전을 도모한다. 더불어 개개인에게도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다. 아름다움에 근접하려 노력하며 고도의 화장 기술을 습득하여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참고 견디며 성형 수술을 감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피부 및 몸매관리, 치아미백, 피부 시술 등도 이에 속한다. 나의 경우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얼굴을 보정 했다. 거친 피부가 깨끗하게 바뀌고 커다란 얼굴이 작게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보정 기술에 감탄하는 동시에 실제 내 모습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에 잠시나마 행복했던 적이 있다. 따라서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이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한다.

필라테스 역시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기 위한 운동이다. 본래 필라테스는 재활을 목적으로 개발되었고 전신 운동에 체형을 교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는데 유리한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최근 매스컴에서 필라테스업체의 폐업으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 가까운 지인 중에서도 피해자가 있다. 등록 시 10회 수강을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고 한다. 그렇게 결제를 하고 수업이 진행되었고, 몇 차례 수업 이후 횟수가 남았지만, 개인적 사유로 다음에 수업해 주겠다고 하며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업체를 고의적으로 폐업하고 말았다. 매스컴에서 접하는 일들이 주위에서도 일어난 일이라니 당혹스러웠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지인 역시 수강생과 선생님과의 관계로 신뢰감이 형성되었는데 갑작스러운 피해로 인간에 대한 환멸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은 아름다운 몸매를 상상하며 값비싼 수강료를 결제한다. 정말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를 갖는다면 그 금액은 아깝지 않다. 설령 개인차에 따라 아름다운 몸매를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에 부합하는 수업과 노력을 했다면 그것으로 되었을 것이다. 나름의 계획과 결심으로 등록을 했을 텐데 허공에서 모두 사라져버린 피해자의 마음을 생각하니 상실감이 크게 와닿는다. 폐업의 고의성을 입증하고 신고하는 절차가 복잡하므로 포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필사적으로 환불을 받으려는 이들도 있다. 그 금액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순수한 욕구를 악이용 했다는 배신감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8월 계단에서 떨어져 허리가 골절된 바 있다. 두 달 이상 허리를 숙이거나 앉지 못했다. 계속 서 있어야만 해서 허리를 비롯해 무릎과 골반이 아프고, 본래 그렇기도 하지만 허벅지에 살이 더 쪘다. 잘 때도 움직일 수 없고 옆으로만 잘 수 있어서 한쪽 팔이 짓눌려 아팠다. 삶의 질이 떨어지고 전신이 아프고 붓기가 생겨 최근 운동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점차 건강이 회복되어 기분이 좋다. 아프고 나니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다소 줄어든다. 건강이 역시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데 존재 욕구로서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려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역시 여성으로서 잘 이해한다. 앞으로 아름다움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악이용하는 사례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