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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남재준 전 국정원장

"국가위기에도 '붕당(朋黨)' 고집… 정치의 판 바꾸겠다"
'측근정치' 박근혜 정부 실패 안타깝고 참담
알았다면 '권총이라도 들고 가서' 분명히 말렸을 것

  • 웹출고시간2017.04.03 21:44:00
  • 최종수정2017.04.04 09:07:21
[충북일보]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국정원장을 역임한 남재준(72) 전 원장이 3일 충북일보를 방문했다. 남 전 원장은 이날 오전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현충탑을 참배한 뒤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출마와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이어 충북일보 편집국을 방문해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남 전 원장은 이날 인터뷰 도중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질문에 나올 때 마다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평생 군인으로 살아 온 그의 이력을 감안할 때 진정한 의미의 '충심(忠心)'이 읽혀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강한 어조로 국가위기론을 설명하려고 했다. 북한의 핵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여야의 유력 후보는 아니지만, 그가 말하는 안보위기론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지혜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했다.
◇국민들은 정치권을 욕한다. 그런데 막상 투표하면 정당 후보들을 선택한다. 그래서 당선가능성이 크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완주할 계획인지, 아니면 국민들에게 특별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둘 다 맞다. 정치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 그리고 국가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는 당권을 잡거나 당의 수장이 되기 위해서 또는 국회의원을 한번이라도 더 하기 위해서 등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을 추구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을 공유하는 게 정당의 존재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 정당은 당리당략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인 형태다. 정당이 아닌 일종의 붕당(朋黨)이다. 각종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패하면 곧바로 당 이름만 싹 바꿔 버리는 행위가 지속됐다. 국민들을 위한 뚜렷한 개선책도 없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야당에서는 정권교체를 외치는데, 우리는 정치의 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각종 인터뷰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혐의를 주장했다. 그런데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파면결정, 검찰의 영장 청구에 이어 법원까지 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이쯤 되면 이제 혐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 전 대통령은 1원 한 푼도 받을 분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 법이라는 것은 상식에 기초한 사회적 협의다. 상식선에서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이 그러니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법원에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본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줄곧 국가 안보위기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미국과 중국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 중국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충돌했다. 중국은 5천년 동안 지역 패권주의를 포기한 적이 없다. 중국 역사를 보면 극명하게 나온다. 지역패권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도 같다. 이이제이(以夷制夷)를 통해 주변국들의 동맹을 약화시키거나 회유해 왔다. 그래도 안 될 때는 강제력을 동원했다. 이것이 5천년 동안 이어온 중국의 행태다. 중국은 한미동맹을 이간시키기 위해 주변국에 대한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했던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6·25 당시 통일을 눈앞에 뒀을 때 비극적인 분단을 초래한 중국과 북한은 현재도 동맹을 맺고 있다. 결국 우리는 한미동맹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경제적 실익을 추구하고, 주변국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야 한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3일 충북일보 본사에서 김동민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태훈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와 안보 간 관계에서 자주 미스매칭이 발생했다는 의견이 있다. 군 출신이자 안보 전문가로 이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에서 외교와 안보문제를 별개로 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시각이다. 대학에서 이와 관련된 강의를 10년 간 해왔다. 결국 외교와 안보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다. 전쟁을 통해 더 나은 평화를 달성할 것인지, 아니면 외교를 통해 더 나은 평화를 달성할 것인지 고민할 문제다. 외교에 의존할 때는 군사력이 이를 지원하고, 반대로 군사력이 중점이 될 때는 외교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 어떤 나라도 튼튼한 안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국가의 장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야권 일부에서 남북통일의 방식으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모택동과 장개석은 국공합작을 3차례나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 모택동은 당시 장개석에게 밀렸던 상황에도 결국 중국 정부를 장악했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결국 제2의 국공합작에 불과하다. 더 나은 평화를 위해서는 군사냐 외교냐 상황에 따라 효용성이 높은 것을 택해야 한다.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우리가 남북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우파 단일화 가능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에 완주할 계획인가.

"당연히 완주할 것이다. 현재 안보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황에서 안보 리스크 즉, 위기관리 분야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냐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 이것이 이번 대선에 출마하게 된 배경이다."

◇국민들에게 어떤 정책으로 다가갈 것인지.

"준비는 했다. 현재 당 조직이 없다. 이제 막 대선 출마를 결심한 상태에서 솔직히 각 지역별 현안에 대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지역 곳곳을 순회하면서 지역별 요구사항을 듣고, 그동안 구상했던 정책을 재정리해서 정책으로 완성하려 한다. 오늘은 충북의 얘기를 듣기 위해 왔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의 원인으로 문고리 3인방 등 측근정치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에서도 언급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국정원장에서 물러난 다음 이런 사건들이 터졌는데,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가.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안타깝고 참담하다. 지난 언론 인터뷰 당시에도 '권총이라도 들고 가서 말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았다면 분명히 말렸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사심이 없는 분이다. 진심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이다. 경제적 풍요를 창출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신적 풍요를 이룰 수 있는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길 희망했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면 어떤 것부터 해결할 것인가.

"대한민국 역사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부정하는 세력들을 최우선적으로 일소시키겠다. 또한 국회를 해산시켜 정치의 판 자체를 바꾸겠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 체계를 만들겠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100%를 이룰 수는 없다. 경제 분야는 특히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가 지나친 규제를 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인들이 마음 놓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줘야 한다. 왜곡된 정치 논리가 경제의 목을 조르지 않도록 하겠다. 또한 강성 노조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족쇄의 사슬도 반드시 풀겠다."

◇충청도와의 인연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본적은 서울이지만 출생지는 대전광역시 대덕구다. 과거 지명은 충남 대전시다. 제가 태어난 고향인 셈이다. 초·중학교를 모두 대전에서 나오고 고등학교 때부터 아버지 전근으로 인해 서울에서 생활하게 됐다. 충청도를 실질적인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끝으로 160만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정치인이나 정당인이 아니다 보니 돈이 한 푼도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집 팔아서 출마했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은 담보 대출을 받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무모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그동안 조국으로부터 봉급을 받아 처자식을 먹여 살렸다. 이제 국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헌신하려고 출마를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조국을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충북도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으면 좋겠다. 후손들이 대한민국에서 긍지를 갖고 성취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

대담=김동민 편집국장·정리=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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