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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9.26 16:07:29
  • 최종수정2024.09.26 16:07:29

박연수

백두대간연구소 이사장

닭이 사나워졌습니다. 털깃을 세우고 몸을 부풀립니다. 살펴보니 병아리들이 삐약거립니다. 다른 수탉들도 근처에 얼쩡거리지 않습니다. 둥우리에서 꿈쩍않고 3주의 인고(忍苦) 끝에 맺은 결실입니다.

에미닭 청계는 작년 늦은 봄 청주 내암리에서 시집을 왔습니다. 나이 들어 퇴출되는 두 마리를 들였습니다. 좁은 닭장에 갇혀 생활하다 넓은 세상을 만나 나무 위를 훨훨 날아다니며 새로운 삶을 살았습니다. 알도 잘 낳았습니다. 그중 다른 한 마리가 바로 알을 품어 병아리를 부화했습니다. 쑥쑥 자란 지 한 달 외부 침입자와 내부를 지키던 개에 의해 모두 생명을 잃었습니다. 그리곤 모진 겨울을 잘 이겨냈습니다.

봄이 찾아왔습니다. 작년에 알을 품었던 에미가 다시 품기 시작했습니다. 8마리를 부화했고 모두 성년이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또 알을 품었습니다. 한 둥우리에서 다른 종의 닭과 함께 15마리를 부화했습니다. 닭장마저 밝아졌습니다. 여기저기 울리는 삐약이 소리는 그네들에게도 삶의 원동력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20여 일쯤 지나 하나둘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한 마리마저 자취를 감춘 뒤, 에미닭은 저 높은 훼에서 슬픔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닭 모이 주려가도 내려오지 않고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에미마저 사라졌습니다. 하늘과 땅 어디에서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자식을 따라 아무도 모르게 하늘로 올라갔다는 추측뿐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번도 알을 품지 않고 자유로이 노닐던 동료 청계가 둥우리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며칠째 품고 있는데 알은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전에 받아두었던 알 4개를 둥우리에 넣어주었습니다. 지친 내색이 보이는데도 꿈쩍않고 둥우리를 지켰습니다. 삐약삐약~~ 생명은 탄생하였고, 새끼를 지키려 어미 닭은 사나워졌습니다. 땅을 파고 쪼으면서 새끼들에게 모이 먹는 법을 가르칩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을 올려 봅니다. 수탉들은 병아리가 먹이를 먹을 때는 자리를 피해 줍니다. 그들도 함께 사는 세상을 터득한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나라는 인구감소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사못 궁금합니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안 낳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양육비, 아이 진로, 경제 대책 그리고 부부의 직장생활 지속성까지….

그간 정부 및 매파 어른들은 아이 낳지 않는 이유를 젊은 부부에게 돌리고, 애국심이 없다고 그들을 비하하기까지 했습니다. 젊은 여성들에게도 책임을 전가하기 일쑤였습니다. 2년 전 이태원 압사참사로 인한 사망자만 159명에 이릅니다. 아무도 책임지는 정치인이 없고, 그저 하위직 공무원만 고달픈 사고로 변질되었습니다. 그 와중 극우 유튜브 및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자기들이 놀러 가서 그랬는데 국가가 무슨 책임을 져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리 위험한 국가에서 과연 젊은 부부들이 평범하게 아이를 나을 수 있을까요?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엄성을 가지는 존재입니다. 서로의 아픔을 보다듬고 아끼고, 국가가 성장할 때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해결되지 않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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