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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미호천은 하류로 내려 갈수록 은빛 모래사장과 은빛 물결, 기암괴석이 어우러지며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미호천으로 직접 유입되는 오폐수와 물의 흐름 막는 수중보 및 하천정비로 수질은 사람이 들어 갈 수 없는 나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수중 정화 필터인 모래는 육상식물의 침입으로 사라지고 보에 갇힌 모래는 뻘에 포위를 당하고 있다. "모래가 사라진 하천은 죽은 하천이다"는 교토대 야스히로 다케몬교수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수초나 공사로 인해 사람이 들어 갈 수 없는 하천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나마 밖으로 돌출된 모래는 오염원 정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수변구역으로 인동초(忍冬草)가 무더기 피어 있다. 인동초는 살을 에는 눈보라가 불어와도 대지를 꽁꽁 얼구는 혹한이 몰아쳐도 스스로의 체온을 이용해 푸르름을 유지하는 식물이다. 인동초는 하얗게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노란색으로 변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피어난 노란색과 흰색이 한마디에 있어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린다. 꽃모양이 해오라기가 모양의 넝쿨식물이라 '노사-등(鷺藤)'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다. 인동초도 사람의 삶을 위해 파괴되는 현장에 피어나 희망과 기쁨을 선사한다.

농다리에서 평사리까지의 미호천 풍경이다. 버드나무도 물가에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버드나무 가지사이로 바위병풍이 펼쳐진다. 물가에 있는 바위에서 다리쉼을 하던 왜가리가 비행을 한다. 동료들이 함께 날아오른다. 하늘로 솟아오른 왜가리는 다시 내려앉는다. 이곳이 그들의 삶의 공간이며 쉼터인 것이다. 숲속의 새들도 질 새라 노랫소리를 뽐낸다.

농부들의 손길도 바쁘다. 한줌의 곡식이라도 더 생산하려 정성을 들인다. 농약을 사용해 편하게 농사 질 법도 한데 미호천의 생명력을 배려해 친환경 우렁이 농법을 이용한다. 빨간 우렁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전엔 미호천에 들어가면 물반고기반 이었지. 지금은 물이 더러워져서 안 먹어. 축산폐수가 문제야"라며 혀를 찬다.

물을 가두기 위해 쌓은 논둑은 스펀지보다 푹신하다. 겨울을 이겨내고 농부의 손끝을 만난 밭은 벌건 황토 흙을 드러내고 씨앗을 받을 준비를 한다.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망초가 주인인양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겨울의 동토를 절망이라 표현하지만 새 생명을 잉태하려는 처절한 몸놀림의 시간이다.

중부고속국도 다리아래 박쥐 똥이 일자로 길게 줄을 섰다. 위로 교각을 살펴보니 길게 이어진 틈과 나란히 줄을 맞추고 있다. 틈사이로 박쥐가 서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화 되면서 삶의 공간을 잃어버린 생물들은 또 다른 삶의 공간을 만들어 종족을 번식하고 있다. 생태계의 최상위에 있는 포식자인 인간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자연의 운명이 결정된다.

미호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호천을 어떻게 활용 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생태하천, 수상레저단지, 미호강으로의 명칭 변경 등 많은 계획들이 쏟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움'이다.

미호천이 미호천답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다. 미호천다움이 무엇인지 민·관이 함께 숙고하여 미래하천 미호천을 만들어 가야한다. 혹한의 매서운 바람도 이겨내고 미호천변에 꽃을 피우는 인동초가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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